그동안 힘겹게나마 외환위기를 버텨온 말레이시아 경제에 갑자기 적신호가
잇따라 켜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주가 등 주요 지표들이 곤두박질치고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마저 말레이시아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나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말레이시아의 장기외화채권 및 어음한도
등급을 3단계나 끌어내린데 이어 S&P도 25일 말레이시아 장기외화채권 등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그 영향으로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24일 하룻동안 1.15%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에 동요가 일었다.

무디스와 S&P는 이같은 신용등급 조정이 말레이시아의 경제상황 악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제상황과 관련,최근 안와르 이브라힘 재무장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13년만에 처음 마이너스 2%를 기록할 것"이라고 공식 시인한
바 있다.

또 실업률도 현재의 3.5%에서 연말에는 6%로 치솟고 이미 올들어 15%
하락한 부동산가격도 더 떨어져 하락률이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나마도 신용평가기관들의 전망에 비해서는 낙관적 견해일 뿐이다.

무디스의 경우는 말레이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5%까지
고꾸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실제로 요즘 말레이시아 산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면 무디스
의 불길한 예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타임엔지니어링(정보통신) 웨스트몬트 인더스트리(조선) MBF(금융)
콸라룸푸르 인더스트리(가전) 웸블리 인더스트리(부동산) 유니피닉스(증권)
등 유력기업들이 줄지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와관련, 서방 금융기관들은 특히 말레이시아 기업들중 상당수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고 이들의 주가가 최근 연초대비 40%이상 폭락한 것을
들어 금융기관의 연쇄부도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스스로도 지난 24일 긴급 경제회생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은 99년말까지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체에 한해 현재 51%로
묶여 있는 지분취득 제한규정을 유예하는 등 외국인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서방 금융기관들은 이번 대책으로 말레이시아 경제가 활기를
되찾을지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마하티르 총리와 안와르 재무장관간의 금리정책 논쟁을 예로
들며 "정부정책의 혼선이 경제침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뜩이나 마하티르 총리에 대해 미국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터여서 자칫하면 제2의 인도네시아로 추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암울한
진단마저 제기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