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서는 그동안 교육이념.철학의 갈등이 많았다고들 한다.

전통주의 진보주의 본질주의 새교육 미국식교육 국적있는 교육 등이
엎치락 뒤치락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교육학자들의 논쟁일뿐 정작 해방 이후 어떤 이념이나
철학도 한국교육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줄곧 교육현장을 지배해 온 것은 "입시준비교육철학"뿐이었다.

극성스런 입시준비교육은 학생뿐만아니라 교육자체를 파탄으로 내몰았다.

고3학생에게는 방학이나 주말은 물론 방과후도 없다.

자율학습 보충학습 과외공부때문에 귀중한 삶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4당5락"이란 우스꽝스런 말이 생겨났을 만큼 밤에도 잠을 아껴야 한다.

잔인할 정도로 많은 공부를 시키는 곳이 학교다.

학교는 "공부지옥"으로 변했다.

어느나라에도 이처럼 비정하고 비교육적인 학교는 없다.

공부하는 내용도 교육학에서 강조하는 사고력 창의력 상상력 지적
호기심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암기위주의 지식이다.

단편적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대입시험문제인 탓이다.

본래 교육은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지 "시험보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것이 지금은 시험이 목적이고 공부는 그 수단이며 시험준비가 바로
"공부"가 돼 버렸다.

본말이 완전히 전도돼 있다.

학생들은 늘 부모 교사 사회로부터 극심한 공부압력을 받는다.

여간 정신력이 강하지 않고는 견뎌내기 힘들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대입수험생의 90%가 학교성적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있고 62%가 그때문에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너무 충격적인 일이다.

서울대가 현재의 중3생이 대입을 치르는 2002년에는 입학정원의 80%를
무시험으로 뽑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입시생을 고달픈 삶에서 해방시키고 병든 교육을 되살려 내며 꺾이는
국가의 미래를 바로 펴는 "교육개혁"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차례의 시행착오는 겪어야겠지만 이제도가 타대학에 확산돼
초.중.고교육이 정상화되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