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환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3D(3차원) 애니메이션이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3D애니메이션이란 사람이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카메라로 찍는 기존의
2D(또는 셀)방식과는 달리 컴퓨터로 전공정을 끝내는 새로운 만화영화 제작
기법이다.

3D는 미국에서도 "토이스토리"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을 정도로
미개척분야다.

이 분야의 선두업체는 B29로 올12월 극장개봉을 목표로 "철인사천왕"을
제작하고 있다.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서 모티브를 딴 이 만화영화는 열두살 사내아이들
이 과거와 미래, 서양과 동양을 오가며 요괴들과 싸우는 모험담이다.

김혁 B29대표는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2D방식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조만간 세계영화시장이 3D로 전환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이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철인사천왕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필름앤웍스 역시 미래세계의 젊은이를 통해 지구상의 환경오염을 고발하는
내용의 "원더플데이즈"를 3D로 제작중이다.

현재 캐릭터 제작 등 준비과정을 마치고 9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문생 필름앤웍스 사장은 "미니어처 2D 등 다양한 기법으로 촬영한 뒤
이를 컴퓨터를 통해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애니마FX의 "시드", 페이스의 "붕가부" 등 TV용 3D애니메이션도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시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한 작품으로 현재 20분짜리 26부작중
첫번째 에피소드 제작을 마쳤다.

"붕가부"는 우주인이 등장하는 코믹물로 인터넷에 시사용 드라마를 띄워
시청자들의 의견도 듣고 투자자도 모집하는 이색제작방식을 채택했다.

이처럼 3D애니메이션 제작이 활발한 것은 애니메이션 선진국의 하청작업에
의존하는 2D방식으로는 경쟁력있는 창작물을 만들기 힘든데다 발주물량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건비 따먹기식의 2D 하청작업은 조만간 필리핀 중국 등에 빼앗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3D업체들은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데다 장비마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니마FX의 이수범 PD는 "월트디즈니와 일본 만화영화업계도 아직 3D시장을
개척하지 못한 만큼 조금만 노력하면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문제는 경쟁력있는 시나리오와 연출력에 있다"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