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의 외무장관회담이 결렬,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된 가운데
27일 정부는 양국 외교관계정상화를 위해 외교관 맞추방사건에 따른 기존의
강경일변도 정책에서 탈피, 탄력적인 대응을 펼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임동원 외교안보수석과 이종찬 안기부장, 선준영 외교통상부
차관이 참석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이같이 결정
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스파이사건에서 비롯된 한.러분쟁이 전면적 외교분쟁
으로 확대돼서는 안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러시아와의 외무장관회담과 정상
회담을 재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이와함께 러시아의 요구사항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였다.

정부당국자는 "러시아측이 이달초 추방된 아브람킨 참사관의 재부임을
받아들여줄 것을 비롯해 러시아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예우와 함께 경제협력의 강화등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러시아측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러시아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당국자는 "아브람킨 참사관의 일시 재부임문제를 비롯해 총괄적인
협의를 벌였다"고 밝혀 외교적 해결을 위해 아브람킨 참사관의 재부임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태도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강경태도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대한반도 전략의 변화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총체적인 한.러관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한국이 러시아에 차관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한국에 정보요원수를 늘려줘
북한관련 정보수집을 가능케 한 90년 수교당시 구도가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남북한간 등거리외교를 통해 실익을 꾀하려고 하고 있으나
국내경제상황이 어려워 우리가 러시아에게 줄 것이 별로 없다고 보기 때문
이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