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부터 고용보험을 전 사업장에 확대해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도 실직할 경우 실업급여를 지급키로 한 것은 대량실업에
대응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차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조치로 이해되지만
재원확보 등 적지않은 문제점이 예견된다.

노동부는 내년중 실시하기로 했던 고용보험의 전 사업장 확대적용을 오는
10월로 앞당기기로 하고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8월초 임시국회에 상정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6월말 현재 공식적인 실업자만도 1백50만명을
넘어서고 대량실업이 본격적으로 사회문제화되고 있음에 대한 정부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지기도 전에 시행을 서두르는 감이 있어 시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보험금 징수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4인이하 사업장은 규모도 작고 휴.폐업이 잦아 보험금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물론 고용보험가입은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징수 등
법적제재를 가하게 돼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이 20만2천개에서 1백55만개로,
수혜대상자도 6백25만7천명에서 8백58만6천명으로 늘어나게 돼 행정력이
크게 못미칠 전망이다.

그렇지않아도 보험료 수납률이 지난해 69.4%에서 최근에는 43.4%까지 떨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작년말현재 1조9천8백억원에 달하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올들어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적자운영이 계속돼 내년 하반기에는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실정이 이런데도 구체적인 수납률 제고 방안이나 재원마련 계획없이 실업
급여대상을 전 근로자로 확대한다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고액의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등을 받은 실직자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을
일정기간 유예키로 한 것도 말썽의 소지가 크다.

정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고액소득 실업자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지만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꼬박꼬박 낸 가입자에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사회보험 성격상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또다른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더구나 후불임금적 성격을 띤 법정퇴직금을 지급받았다하여 실업급여 유예
대상이 된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일이다.

한정된 재원을 저소득층에 우선 투입하는 것도 좋지만 정부는 먼저 지급
유예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고용보험의 확대적용이 사회안전망 구축에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정부가 모든 실업자들을 끌어안고 먹여살리겠다는 발상은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얼마간의 불가피한 실업은 감내한다는 자세로 당장의 밥 한그릇보다는
자립능력을 길러주는 장기적 안목의 안전망 구축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