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장과 정부 ..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준구 < joonklee@plaza.snu.ac.kr >
시장이 비효율성을 보일 때가 종종 있는데, 이때 시장의 실패가 있어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장의 실패가 일어났다고 해서 정부개입이 자동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개입이 더욱 큰 문제를 일으켜 사회후생을 한층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실패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정부개입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위기극복의 해법을 시장기능의 강화에서 찾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주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가 시장과 정부 중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어 생긴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충분한 시간여유가 있다면 시장기능을 점차 활성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산처럼 쌓여있는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우리에게 그런 말은
사치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일단 정부가 키를 맡아 험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길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지금 이 단계에서 시장이 알아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키를 잡은 정부는 극도의 지혜를 발휘해 한국호를 안전한 바다로 이끌어
가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잔잔한 바다가 보인다 해서 무조건 그 쪽으로 배를 몰아가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목표는 그 쪽으로 두되 밀려드는 파도를 이쪽저쪽으로 요령있게 피해가며
배를 모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급하게 굴지 않고 유연한 자세로 파도를 헤쳐나가야 더 빨리 안전한
바다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좀더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의 예로 빅딜문제를
들 수 있다.
정부가 이를 강력히 추진하는 동기 그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할 여지가 있다.
무한경쟁의 숲속에서 수십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린 공룡은 이미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재벌그룹 스스로 업종전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면
빅딜이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업종전문화를 유도하는 데 빅딜이 최선의 방책이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설사 이번 빅딜이 성공을 거둔다 해도 그것만으로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자발적인 제2,제3의 빅딜로 이어져야만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재벌들이 정부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빅딜에 응하고 다시 복지부동의
자세로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가고 만다.
일과성 압력보다는 지속적인 유인을 통해 업종전문화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채비율 상호지급보증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를 한층 더
엄격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실시하는 것이 더욱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이런 방법을 갖고 어느 세월에 눈에 띌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리에 맞게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는 더 큰 이득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
어떤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뚝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정부는 짐짓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 이내 흐지부지해버리고
마는 나쁜 버릇을 갖고 있었다.
바로 여기서 복지부동하면서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기회주의가 생겨난
것이다.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만이
정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업종전문화는 오래전부터 그 필요성이 절감되어 왔으면서도 아직도 이루어
내지 못한 숙제다.
이 어려운 작업을 모두 끝마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믿는다.
하루라도 빨리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려는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유연한
자세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슬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
시장이 비효율성을 보일 때가 종종 있는데, 이때 시장의 실패가 있어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장의 실패가 일어났다고 해서 정부개입이 자동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개입이 더욱 큰 문제를 일으켜 사회후생을 한층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실패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정부개입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위기극복의 해법을 시장기능의 강화에서 찾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주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가 시장과 정부 중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어 생긴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충분한 시간여유가 있다면 시장기능을 점차 활성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산처럼 쌓여있는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우리에게 그런 말은
사치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일단 정부가 키를 맡아 험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길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지금 이 단계에서 시장이 알아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키를 잡은 정부는 극도의 지혜를 발휘해 한국호를 안전한 바다로 이끌어
가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잔잔한 바다가 보인다 해서 무조건 그 쪽으로 배를 몰아가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목표는 그 쪽으로 두되 밀려드는 파도를 이쪽저쪽으로 요령있게 피해가며
배를 모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급하게 굴지 않고 유연한 자세로 파도를 헤쳐나가야 더 빨리 안전한
바다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좀더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의 예로 빅딜문제를
들 수 있다.
정부가 이를 강력히 추진하는 동기 그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할 여지가 있다.
무한경쟁의 숲속에서 수십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린 공룡은 이미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재벌그룹 스스로 업종전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면
빅딜이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업종전문화를 유도하는 데 빅딜이 최선의 방책이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설사 이번 빅딜이 성공을 거둔다 해도 그것만으로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자발적인 제2,제3의 빅딜로 이어져야만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재벌들이 정부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빅딜에 응하고 다시 복지부동의
자세로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가고 만다.
일과성 압력보다는 지속적인 유인을 통해 업종전문화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채비율 상호지급보증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를 한층 더
엄격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실시하는 것이 더욱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이런 방법을 갖고 어느 세월에 눈에 띌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리에 맞게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는 더 큰 이득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
어떤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뚝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정부는 짐짓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 이내 흐지부지해버리고
마는 나쁜 버릇을 갖고 있었다.
바로 여기서 복지부동하면서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기회주의가 생겨난
것이다.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만이
정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업종전문화는 오래전부터 그 필요성이 절감되어 왔으면서도 아직도 이루어
내지 못한 숙제다.
이 어려운 작업을 모두 끝마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믿는다.
하루라도 빨리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려는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유연한
자세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슬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