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중앙선거보도를 통해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백87명을
뽑았다고 발표함에 따라 김정일의 주석직승계를 향한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정일은 8월말쯤 대의원대회를 통해 주석으로 추대된 뒤, 오는 9월9일
정권창권 50주년을 맞아 정식으로 주석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주석취임은 남북관계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인민회의 구성과 김정일의 주석직 승계는 북한이 "김일성 사망 이전"의
상태로 안정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경협이나 금강산개발 등 현안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측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정부가 김정일의 주석취임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삼으려고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남.북한 정상회담의 성사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시보드냐지는 최근 김정일이 주석직을 승계하려는 것은 김의 상황
장악력을 1백% 확신하지 않는 미국과 남한에 신뢰감을 줘 대화를 계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북한이 실제 대화의사를 가질 때라야만 유효하다.

북한이 김의 주석취임을 계기로 그간 파행적으로 운영해오던 체제정비를
시도하리라는 것은 틀림없다.

당과 군에서 현재 공석중인 정무원총리 인민무력부장 등 20여개 주요 직책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도 단행할 전망이다.

이는 곧 김일성 사망 이후의 위기관리체제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김정일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다.

주석에 취임한 김정일이 명실공히 북한의 최고통치자로, 한국정부의 대화에
호응한다면 남북관계엔 의외로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