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분석관과의 대담] '한국의 경제위기와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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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위기는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S&P)같은 신용평가기관들이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들의 신용평가에 따라 해당국의 통화와 주가는 춤을 추었다.
그렇다면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은 최근의 아시아, 특히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9년간 S&P의 아시아 통화분석관으로 일해온 캘럼
헨더슨과 포스코경영연구소 유한수 선임연구위원의 긴급 전화 대담을 마련
했다.
캘럼 헨더슨은 최근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위기의 아시아, 한국의
선택(원제 ASIA FALLING?)>의 저자이기도 하다.
<> 유한수 선임연구위원 =현재 아시아의 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
통화가치는 그런대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 투자 등 기업활동과
소비시장은 갈수록 위축되는 추세다.
그래서 위기를 벗어났다는 분석과 제2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혼재하고 있다.
귀하는 아시아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 캘럼 핸더슨 =거시경제 지표로 보면 상황은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금융기관과 제조업체의 퇴출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깊은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다.
수입원가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도 한계를 맞고 있다.
태국은 올해중 마이너스 8%, 한국은 약 마이너스 5%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마이너스 15%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국내부채가 많은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도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유 위원 =최근에는 엔화 가치의 급락이 아시아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엔화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중국의 위안화도 절하압력을 받을 것이고
이는 다른 아시아 통화의 절하압력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파장이 우려된다.
따라서 엔화 약세야말로 아시아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되는데.
<> 핸더슨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사실 아시아 위기도 지난 95년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엔 약세가 원인이었다.
엔약세로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한층 강해지고 아시아의 수출 기업들은
경쟁우위를 잃게 됐다.
최근의 엔약세는 위안화와 함께 홍콩의 페그시스템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페그시스템은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위안화 평가 절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아시아를 위해서라도 일본이 먼저 회복해야 한다.
<> 유 위원 =동남아 국가들과 한국의 차이중 하나는 재벌의 존재다.
한국의 재벌은 그 동안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으나 이제 정부로부터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또 재벌의 과도한 차입경영과 중복투자가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기도 하다.
재벌의 장점을 살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인가.
<> 핸더슨 =재벌은 분명히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4백%에 이른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히 문제다.
어떻게 그 많은 부채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해당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아주 약간만 감소해도 그것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한국에서 기업만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기업과 은행들의 불투명한 신용관행을 조장해 왔다.
따라서 3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 유 위원 =최근 국제사회는 한국의 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 자본시장에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그 반증
이라고 생각된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아시아국가중 한국의
경제회복이 가장 빠를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런데도 무디스나 S&P 등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좀처럼 올려주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 핸더슨 =아시아의 신용 위험도 평가가 약간 지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
이다.
아시아 위기발생을 예측하지 못해 타격을 받은 신용평가기관들은 이제
한층 신중해졌다.
다만 한국의 구조조정과정이 진전됨에 따라 조만간 한국의 신용등급은
다시 상향조정될 것이다.
현재도 한국에는 일부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인정받는 기업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과잉부채를 안고
있는 비주력 사업에서 철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 유 위원 =한국은 지금 위기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구조조정의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도 가하고 있다.
한국정부에 해줄 조언은.
<> 핸더슨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라는 점은 분명
하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교육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적 우위의
3가지이다.
이와함께 시장의 투명성도 요구된다.
그래야 M&A를 촉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의 자산이 효율적으로 재배치
될 것이다.
핵심 경쟁우위를 점하지 못할 영역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세력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난자를 재교육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한
사회보장제도와 강력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에 또 하나 조언을 한다면 성업공사로 하여금 악성 채무를 인수,
청산토록 해서 기업과 은행의 과도한 차입경영구조를 해소하라는 것이다.
또 한국의 기업 은행 개인들은 이제 민족적 자존심은 가슴속에 묻어 두고
외국인 투자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 유 위원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한국 국민과 기업들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저력이 있으므로 이번 위기도 극복해 낼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올해와 내년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 핸더슨 =내가 책에서 말했듯이 한국은 올해 5%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국내투자와 수출의 회복세에 힘입어 2-3%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는 여전히 극도로 위축된 상태로 유지될 전망이다.
< 정리=한우덕 기자 wood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들의 신용평가에 따라 해당국의 통화와 주가는 춤을 추었다.
그렇다면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은 최근의 아시아, 특히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9년간 S&P의 아시아 통화분석관으로 일해온 캘럼
헨더슨과 포스코경영연구소 유한수 선임연구위원의 긴급 전화 대담을 마련
했다.
캘럼 헨더슨은 최근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위기의 아시아, 한국의
선택(원제 ASIA FALLING?)>의 저자이기도 하다.
<> 유한수 선임연구위원 =현재 아시아의 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
통화가치는 그런대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 투자 등 기업활동과
소비시장은 갈수록 위축되는 추세다.
그래서 위기를 벗어났다는 분석과 제2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혼재하고 있다.
귀하는 아시아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 캘럼 핸더슨 =거시경제 지표로 보면 상황은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금융기관과 제조업체의 퇴출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깊은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다.
수입원가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도 한계를 맞고 있다.
태국은 올해중 마이너스 8%, 한국은 약 마이너스 5%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마이너스 15%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국내부채가 많은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도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유 위원 =최근에는 엔화 가치의 급락이 아시아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엔화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중국의 위안화도 절하압력을 받을 것이고
이는 다른 아시아 통화의 절하압력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파장이 우려된다.
따라서 엔화 약세야말로 아시아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되는데.
<> 핸더슨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사실 아시아 위기도 지난 95년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엔 약세가 원인이었다.
엔약세로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한층 강해지고 아시아의 수출 기업들은
경쟁우위를 잃게 됐다.
최근의 엔약세는 위안화와 함께 홍콩의 페그시스템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페그시스템은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위안화 평가 절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아시아를 위해서라도 일본이 먼저 회복해야 한다.
<> 유 위원 =동남아 국가들과 한국의 차이중 하나는 재벌의 존재다.
한국의 재벌은 그 동안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으나 이제 정부로부터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또 재벌의 과도한 차입경영과 중복투자가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기도 하다.
재벌의 장점을 살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인가.
<> 핸더슨 =재벌은 분명히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4백%에 이른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히 문제다.
어떻게 그 많은 부채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해당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아주 약간만 감소해도 그것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한국에서 기업만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기업과 은행들의 불투명한 신용관행을 조장해 왔다.
따라서 3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 유 위원 =최근 국제사회는 한국의 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 자본시장에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그 반증
이라고 생각된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아시아국가중 한국의
경제회복이 가장 빠를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런데도 무디스나 S&P 등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좀처럼 올려주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 핸더슨 =아시아의 신용 위험도 평가가 약간 지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
이다.
아시아 위기발생을 예측하지 못해 타격을 받은 신용평가기관들은 이제
한층 신중해졌다.
다만 한국의 구조조정과정이 진전됨에 따라 조만간 한국의 신용등급은
다시 상향조정될 것이다.
현재도 한국에는 일부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인정받는 기업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과잉부채를 안고
있는 비주력 사업에서 철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 유 위원 =한국은 지금 위기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구조조정의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도 가하고 있다.
한국정부에 해줄 조언은.
<> 핸더슨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라는 점은 분명
하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교육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적 우위의
3가지이다.
이와함께 시장의 투명성도 요구된다.
그래야 M&A를 촉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의 자산이 효율적으로 재배치
될 것이다.
핵심 경쟁우위를 점하지 못할 영역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세력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난자를 재교육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한
사회보장제도와 강력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에 또 하나 조언을 한다면 성업공사로 하여금 악성 채무를 인수,
청산토록 해서 기업과 은행의 과도한 차입경영구조를 해소하라는 것이다.
또 한국의 기업 은행 개인들은 이제 민족적 자존심은 가슴속에 묻어 두고
외국인 투자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 유 위원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한국 국민과 기업들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저력이 있으므로 이번 위기도 극복해 낼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올해와 내년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 핸더슨 =내가 책에서 말했듯이 한국은 올해 5%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국내투자와 수출의 회복세에 힘입어 2-3%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는 여전히 극도로 위축된 상태로 유지될 전망이다.
< 정리=한우덕 기자 wood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