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당 원화환율은 한때 달러당 1천1백80원대
까지 떨어져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 강세는 당장 외국인들에게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달러공급이 넘쳐흘러 원값이 오르고 있다는게 반드시 나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경제의 펀드멘탈을 고려할때 현재의 원화는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딘플레밍증권의 차승훈 부장은 "외국인들은 현재의 원화 가치가 너무
높은 것은 분명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이나 국내 외환전문가들이나 한결같이 원화강세가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는 것은 곧바로 원화절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원화가 조만간 절하될 것이라는 확신이 설 경우 외국인들은 당장 주식을
파는게 유리하다.

국내 주식가치가 변하지 않더라도 환율절하로 당장 환차손을 입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삼성전자등의 유상증자 발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일부에서는 환율절하 가능성에 따른 매매패턴의 변환이라
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취약한 증시상황에서 그나마 외국인마저 등을 돌릴 경우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송동근 ABN암로아시아증권 이사는 "아직까지 환율절상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아직은 환율절하를
예상하고 매수시기를 늦추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환율절상은 외국인의 시장참여를 위축시키는 외에도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
을 떨어뜨려 경제의 펀드멘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과도한 원화절상으로 한국경제가 뇌사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상황에서 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수준으로 절하되지 않을 경우
수출기업이 망가져 또 한차례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김극수 대우증권 과장도 "지금처럼 경제펀드멘탈과 괴리된 원강세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경우 예상치 못한 파국이 올 수도 있다"며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외자유치와 외국인의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원화 절상의 가속화로 외화부채가 많거나 원재료 수입비중
이 높은 한전 포철 삼성전자 대한항공 대우중공업 SK 동국제강 동원산업
우성사료 새한정기 등은 환율수혜주로 꼽고 있다.

반면 수출비중이 높은 진웅 한국전기초자 청산 흥아해운 영원무역
아남반도체 등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