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수록 좋다(The bigger the better)"

세계 통신업계에 메가머저(초대형합병)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백억달러규모의 대형 합병이 잇달으고 있다.

28일 미국 지역전화업체인 벨애틀랜틱과 GTE가 그동안 설로만 무성하던
합병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합병규모가 무려 5백50억달러(약66조원)에 이르는 초대형이었다.

양사 합병은 미국과 영국의 최대 통신업체인 AT&T와 BT가 국제통신서비스
사업을 추진할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발표한 지 불과 이틀만이었다.

SBC커뮤니케이션즈가 아메리테크를 인수, 미국에서 가장 큰 통신업체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두달만의 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밸애틀랜틱-GTE간 합병은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통신업계의 생존논리를 반영한 것"으로 간단히 해석했다.

합종연횡의 주인공인 벨애틀랜틱과 AT&T는 직접적인 경쟁관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이 생존경쟁으로 풀이하는 것은 업체간 영업장벽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벨애틀랜틱과 SBC커뮤니케이션이 각각 합병을 완료해 영업을 확대하게
되면 미국장거리전화시장과 국제전화시장에서 AT&T와 맞붙을 수 밖에 없다.

사업영역을 초월한 전면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돼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께면 5개 대형업체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정리될
것이라는 미래상도 내놓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AT&T와 BT의 합작사 설립계획은 국제통신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미국 장거리전화업체인 스프린트와 독일 도이체텔레콤(DT),
프랑스 프랑스텔레콤(FT)이 손잡고 "글로벌원"이라는 국제통신업체를 만들어
국제통신서비스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아성에 정면 경쟁을 선언한 것이다.

비록 AT&T와 BT가 독점혐의를 피해 전면적인 합병이 아닌 합작사
설립이라는 우회길을 택했지만 목표는 명약관화하다.

양사가 연합진영에 일본 최대 국제통신업체인 KDD를 끌어들이기 위해
현재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도 세계 통신시장 평정의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글로벌원도 가만히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대책마련에 재빠르게 나서고 있다.

연합전선내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영국의 대형 통신업체인 C&W
(케이블&와이어리스)를 연합전선으로 유인중이다.

C&W 역시 홍콩텔레콤 나이넥스와 함께 국제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만챦은 업체다.

최대 통신시장인 미국을 놓고 경쟁업체간 한판대결도 치열하다.

특히 지난84년 AT&T로부터 분리됐던 7개 베이비 벨들이 통합하며
힘불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벨애틀랜틱이 장거리전화사업을 겸하고 있는 GTE와 합병한 것도
지역전화사업뿐아니라 장거리 시장을 노린 포석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벨애틀랜틱은 미국내 3분1에 해당하는 통신시장을
점령하게 된다.

지역전화사업자중 2위인 SBC은 아메리텍(5위)을 인수하기 전 이미 퍼시픽
텔레시스등 3개 베이비벨을 통합했다.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SBC는 명실공히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내 최대
통신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과거 AT&T의 영광뿐 아니라 세계 시장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베이비벨들의 공세에 장거리업체들의 대책도 만만챦다.

지난해말 장거리통신업체 MCI는 월드컴과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이미 법무부의 허가를 받은 상태여서 언제 지역전화시장과
국제전화시장으로 진출할 지 모르는 상태다.

결국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업간 합종연횡은 지역과 사업영역 국적을
떠난 전면적인 세계 경쟁이라는 특징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및 미국통신업체들의 아시아및 남미 시장진출이
눈에 띄고 있다.

벨사우스는 브라질 국영통신업체인 텔레브라스의 지분을 스페인
텔레포니카, 이탈리아 이탈리아텔레콤 등과 함께 인수했다.

또 프랑스텔레콤은 최근 엘살바도르의 통신업체인 안텔지분 51%를 전격
인수, 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BT는 말레이시아 제1의 통신업체 비나리앙의 지분 33%를
사들였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