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커티"의 주인공 로렐(우피 골드버그)은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밀리자 사표를 내고 회사를 차린다.

그러나 흑인여자사장과 거래하려는 고객은 한명도 없다.

로렐은 커티라는 가상의 백인남성파트너를 만들어내 성공하지만 커티만
찾는 사람들때문에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가 곤경에 처한다.

영화는 여성이 사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사업계획서를 내밀어도 대답은 한결같다.

"나는 괜찮은데 동업자가..."

그러나 영화속 로렐의 승리에서 엿볼 수 있듯 세상은 변하고 있다.

전세계 기업중 4분의1이 여성 소유고, EU의 경우 창업자의 3분의1이 여성
이라는 소식은 21세기 세계경제계에 미칠 우먼파워를 짐작하게 한다.

여성소유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미국으로 7백70만개, 연간매출액은 2조2천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 여성의 경영활동이 이처럼 활발한 것은 갖가지 지원제도 덕분이다.

미국정부는 88년 중기청에서 5만달러까지 보증하는 소규모보증대출제
신설과 여성경제인 활동 장벽제거를 위한 여성경제인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여성경제인법을 만들었다.

91년에는 이를 수정보완한 여성경제인발전법을 제정, 이 법에 따라
연방부처와 산하기관의 지원시책을 조정감독하는 여성기업인활동중재위원회와
연방정부의 수의계약분중 일부를 여성기업인에게 배정토록 하는 여성기업
담당국을 두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의 실정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종업원 5인이상 업체는 5천여개라지만 제대로 형태를 갖춘 제조업체는
1천2백여개로 전체의 3%미만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여성기업인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등에 이어 지난 24일엔 한국
여성벤처협회가 태동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여성기업활동 촉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 보다
많은 여성기업인이 탄생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건 물론이지만 보다 중요한 건 여성기업인에 대한
일반의 의식변화다.

IMF시대에 여성이 이끄는 회사의 부도율이 훨씬 낮다는 얘기는 시사하는 바
크다.

남녀 모두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