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외채무를 조기상환키로 함에 따라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외환보유액으로 채무를 조기상환하는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로선 아직 가용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다는데 대부분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그런만큼 섣불리 채무를 상환하기 보다는 차곡차곡 쌓아두는게 현명하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수익률이 낮은 외환보유액을 많이 갖고 있는 것보다는 고금리의
악성채무를 조금씩이나 상환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보이는 등 외환보유액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근거에서다.

<> 적정 외환보유액은 =지난 15일 현재 가용외환보유액은 3백80억9천만달러
에 달한다.

사상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적정한 수준에 미달하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이는 IMF(국제통화기금)가 권고하는 적정수준을 꼭 채우고 있기는
하다.

IMF는 3개월분의 경상외환지급액을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도록 권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상지급액 전망치는 1천5백억달러.

외환보유액은 경상지급액의 25.4%(3개월분)에 달한다.

작년말 외환보유액이 경상지급액의 4.7%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나라로선 충분한 수준이 결코 아니다.

지난 5월말 현재 1년미만 단기외채가 4백4억달러에 달한다.

기업들의 단기 현지금융도 1백6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꺼번에 상환요구를 받을 경우 외환보유액은 턱없이 모자란다.

정부와 IMF가 3.4분기 의향서에서 연말 가용외환보유액을 4백10억달러
(전망치는 4백30억달러)로 유지키로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은은 특히 단기외채의 상환부담,외자의 급격한 유출가능성, 외환보유액을
주로 빌려서 확충한 점을 들어 아직까지는 "다다익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단기외채(4백4억달러) <>기업 현지금융
(1백60억달러) <>외국인 주식투자자금(21억달러) <>6월이후 1년간 만기도래
하는 중장기 외채원금(1백54억달러) 등을 고려, 최소 7백50억달러를 확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외채 조기상환 논란 =외채를 조기에 상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외환보유액
의 수익률이 극히 낮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안전성과 유동성을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떼어서는 안되는데다 유사시 즉시 현금화할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90% 가까이는 미국국채를 비롯한 선진국 국채에 투자돼 있다.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을수 밖에 없다.

나머지 자산은 세계적인 우량은행에 단기로 예치하거나 금 등으로 보유하고
있다.

평균 수익률은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듯 낮은 수익률을 얻고 돈을 놀리기 보다는 차라리 고금리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보이고 있고 은행등 금융기관들도
1백11억달러의 한은차입금을 순차적으로 상환하고 있어 외환보유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인 만큼 악성부채를 조심스럽게 상환하는 것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이에비해 외채의 조기상환에 반대하는 주장은 외환보유액의 구성이 건전치
못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즉 3백81억달러의 보유액중 상당액은 IMF나 IBRD(세계은행) 등으로 빌려온
자금이다.

이 돈은 당장 올 하반기부터 갚아야 한다.

경상수지흑자 등 순순한 우리 힘으로 벌어들인 돈은 얼마 안되는 만큼
섣불리 외채상환에 나서는건 시기상조라는 얘기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