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은근히 미식을 즐긴다.

타지에서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할때 택시기사나 공무원들이 자주
들르는 곳으로 가면 여간해서 실패하지 않는다.

"공무원 가는 곳에 특색있는 수준급 음식점 있다"는 "법칙"은 아마
대전청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실상 대전청사 주변에는 맛있는 음식 골라먹을 곳이 지천에 널려있다.

팔도음식이 모두 포진해있는데다 아무리 멀어도 차편으로 20분 이내다.

가격도 아직은 수도권에 비해 크게 저렴한 편이다.

공기좋고 덜 붐비고 풍광 빼어나니 먹는 일에 관한 한 호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내로라하는 음식점들이 앞다퉈 들어서
공무원들의 입맛을 유혹할게 틀림없다.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먹거리의 낙원"은 크게 서너군데.

우선 청사 서쪽의 선사유적지옆 근린상가 지역내에 먹자골목이 있다.

음식점수는 50여개소.

청사에서 걸어서 10분거리다.

청사 오른쪽 한신코아 대전점에서 둔산소방서 일대까지 펼쳐진 1.5km길이의
탄방동 먹자타운도 뒤지지 않는다.

청사에서 승용차로 5분거리로서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탄방동은 둔산 신시가지중 처음 개발된 곳으로 서울과 비교하자면
강남 압구정동에 해당된다.

이곳 상인들은 "IMF 한파로 손님이 줄어들었지만 청사입주 이후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며 벌써부터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아구찜과 복탕을 전문으로 하는 "군산 복.아구나라"는 최근 건물내부를
새로 단장했다.

24시간 심야영업에다 포장배달도 하기로 했다.

다른 업소들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할 태세다.

주당들은 이 골목 횟집에서 복매운탕을 5천원에 먹을 수 있다.

탄방동 먹자골목에선 떡볶이집에서 시작해 요즘 유행하는 조개구이까지
각종 음식을 백화점식으로 즐길 수 있다.

단란주점과 노래방도 빠지지 않아 저녁이면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이밖에 계룡건설 사옥 인근인 월평동 상가지역도 규모나 내용면에서는
탄방동에 버금간다.

이들 3개지역은 모두 대전 청사에서 5km 미만에 위치하고 있다.

시야를 좀더 멀리 들어보면 갑천 건너 엑스포공원주변과 유성구 궁동의
음식점촌도 미식가들의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하다.

청사에서 승용차로 15분거리에 있는 구즉 묵마을이나 20분거리의 계룡산
동학사계곡도 크게 보면 대전청사의 먹거리내에 들어온다.

구즉 묵마을에선 1인당 1만원이면 이곳에서 직접 쑨 도토리묵과 파전,
그리고 동동주와 보리밥까지 곁들일수 있다.

또 금산 방향의 산내마을에는 "숨두부"(3천원)로 불리는 순두부전문점이
50여호 가량 늘어서 있다.

대청호의 민물매운탕, 옥천 다슬기해장국(3천5백원), 강경의 황복매운탕도
20~40분 거리에 있는 명물이다.

또 유성관광 특구를 대표로 하는 "밤문화"와 계룡산, 구봉산, 금강, 대청호
등 교통체증없는 주변 관광단지도 빼놓을 수 없다.

청사주변에서 먹거리문화가 서서히 부상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소비패턴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 공무원 발닿는 곳에 소비 줄었다는 말은 별로 없다.

또 민원인들의 대전행 역시 먹자골목을 활성화시키는 한 요소가 될 것으로
지역 상공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대전청사는 둔산 신시가지가 형성된 상태에서 들어선다.

청사부터 서둘러 이전한 뒤 배후단지를 조성한 과천과는 다르다.

따라서 이런 주변 여건은 새 청사가 뿌리내리는데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이나 민원인들이 대전청사를 잠깐 들르는 곳이 아닌 "생활터전"으로
인식하는데 일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 대전=남궁덕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