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수록 좋다(The bigger the better)"

세계 통신업계에 메가머저(초대형합병)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백억달러규모의 대형 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미국 지역전화업체인 벨애틀랜틱과 GTE도 합병계획을 발표, 메가머저
대열에 합류했다.

합병규모는 5백50억달러(약 66조원)로 초대형이다.

양사 합병발표는 미국과 영국의 최대 통신업체인 AT&T와 BT가 국제통신
서비스 사업을 추진할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지 불과 이틀만에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몸집을 키우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통신업계의
생존논리에 따라 벨 애틀랜틱과 GTE가 합병키로 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이틀간 이뤄진 합종연횡의 주인공들인 벨애틀랜틱과 AT&T는 지금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이 생존경쟁으로 풀이하는 것은 업체간 영업장벽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영역이 확대되다보면 직접 경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때를 준비해
몸집불리기에 나설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는 2005년쯤에는 합병과 경쟁의 결과로 세계적으로
5개 초대형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을 정도다.

AT&T와 BT의 합작은 국제통신시장을 겨냥한 대서양 연합전선이다.

국제통신시장에서는 이미 미국 장거리전화업체인 스프린트와 독일
도이체텔레콤, 프랑스 프랑스텔레콤이 손잡고 "글로벌원"이라는 국제
통신업체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때문에 AT&T와 BT의 합작진출은 글로벌원과의 일대격돌을 의미한다.

글로벌원은 AT&T가 합작사 설립발표와 함께 일본 통신업체인 KDD를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영국에서 C&W를 유인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벨과 GTE간 합병은 미국장거리 통신시장을 겨냥했다.

미국내 장거리통신시장은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한 통신시장이다.

인수합병의 선두주자는 지난 84년 AT&T로부터 분리됐던 7개 베이비 벨
(지역전화업체)들이다.

베이비 벨중 하나인 벨애틀랜틱이 장거리전화사업을 겸하고 있는 GTE와
합병했고 SBC는 지난5월 아메리테크를 인수하는 것을 비롯해 3개 베이비 벨
을 통합했다.

베이비 벨들의 공세에 맞선 장거리전화업계의 반격도 거세다.

작년말 장거리통신업체 MCI는 월드컴과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이미 법무부의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언제라도 상대방 사업영역인
지역및 국제전화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유럽과 미국통신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사업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지리적인 합종연횡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아시아와 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다.

미국 벨사우스는 브라질 국영통신업체 텔레브라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프랑스텔레콤은 엘살바도르 통신회사인 안텔의 지분 51%를 매입, 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BT는 말레이시아 제1의 통신업체 비나리앙의 지분 33%를 사들였다.

합종연횡을 통해 지역과 사업영역 국적을 뛰어넘은 글로벌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합종연횡을 통한 해외통신업체들의 몸집불리기는 구조조정과정에 있는
국내 통신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