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불교설화 한 대목을 기억하고 있다.

"어떤 마을에 돌중이 하나 흘러들어 왔다.

어느 절에 있는 스님도 아니고 염불 한 줄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그야말로
돌중이었다.

그는 마을에 언제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장날 무거운 짐을 들고 오면 달려가 짐을 날라다 주었고
아이들이 감기라도 들라치면 콧물을 닦아주며 약초로 만든 환약 한달로
말짱하게 낫게 해줬다.

배탈이 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아이들은 그렇게 언제 앓았느냐는 듯 건강하게 뛰어놀았다.

어느 집에 급한 일이 생기면 먼길마다 않고 전갈해 주는 것도 그 돌중
이었다.

그저 마을 편하게 누구나 아무일이나 필요할때마다 돌중에게 부탁하면
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마을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매사가 그랬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참 그러고 보니 돌중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서야 마을 사람들은 깨달았다.

아이들이 앓지 않고 잘 자랐던 이유도 징검다리가 늘 반듯했던 까닭도
수월하게 힘든 일을 했던 것도 그의 손이 말없이 거기닿아 있었기 때문
이라는 걸.

그 스님은 늙어 죽을 때가 된 것을 알고 스스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양지바른 골짜기에 누워 열반했다.

목에 걸고 다니던 율무자 열매 염주가 싹을 틔우고 여름내 무성하게 자라
스님의 시체를 덮어 주었으며 가을에 그 풀이 다 말랐을 때 잠깐 산불이
나서 저절로 다비를 치루게 되었다.

실로 아름다운 퇴출이 여기에 있다.

모두가 억울하다는 생각이고 이렇게 턱없이 뒷전으로 밀려나야 하는가 내어
쉬는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 가득하다.

가식과 노출이 깨끗이 가셔진 저 돌중의 무상행위에 잠시 기대어 눈을
감아볼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