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농림부장관이 지난 28일 농.축.임협 및 인삼협동조합 중앙회장들과
만나 오는 9월말까지 통합을 포함한 공동개혁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이들 조합의 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게 됐다. 그동안 생산자조합인 농.수.
축협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정부가 조합운영을
좌지우지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봉사하기 보다는 오히려 군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농어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아래 이들 조합들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인 고려 때문이었다. 한 고위 공직자가 솔직히
인정했던 대로 지방행정단계를 줄이고 농.수.축협의 조직을 대폭 축소하거나
통합하면 연간 수천억원의 예산이 절약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선거때 농촌표
를 잃기 쉽다는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던 셈이다.

농촌인구의 절반이상이 군청과 면사무소 공무원,농.수.축협 직원, 수리안전
조합 직원, 농지개량조합 직원 등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기사가
이같은 지적을 단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농.수.축협의 기구축소 및
통합추진은 당연한 일로서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다만 지난 4월 발족한
협동조합개혁추진위원회 등에서 이미 몇가지 개혁방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고 생각돼 몇가지 더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수협이 통합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문제다. 많은 어민들이 1년중 절반은
농사를 짓고 절반은 고기잡이를 하며 사는 것이 우리 현실인데 관할부서가
해양수산부이기 때문에 통합대상에서 뺐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비대한 조직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별로 안되고 지나치게 관료화된 조합체질을 어떻게 고치느냐는 훨씬
더 중요한 점에 대한 개선방안은 별로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여촌야도의 투표성향 때문에 집권여당이 농촌표를 단속하는 수단으로
단위조합을 지나치게 양산해 조직만 컸지 조합원들의 이익과 직결된 농산물
유통 및 가공사업과 같은 경제사업은 취약한 실정이다. 그리고 왜곡된 금융
현실에서 농협의 신용사업이 나름대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신용사업의 비중이 커진데다 대출금을 목적 이외로 사용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해 대출받는 등 대출심사나 사후관리가 부실했던 경우도
적지 않았던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

끝으로 생산자인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합리적인 농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주기를 바란다. 지금 농어민들은 IMF체제이후
생산비용은 급증한데 비해 농.수.축산물값은 폭락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조합은 농지의 토양오염실태, 주요 농산물의
소비.유통경로 및 마진조사, 출하정보시스템 구축 등에 힘써 진정으로
조합원을 돕는 미래지향적인 생산자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