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라는 일본식 경영을 끝내 고집하던 미쓰비시
그룹의 기업경영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더이상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업이 책임지는 행태가 지속되선 안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일본경제가 2차 세계대전이후 최악의 침체국면인 상황을 탈출하려면
과거식으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일본 경제기획청 조차도 최근 한 보고서에서 미쓰비시그룹과 같은
전통적인 고용 및 경영방식은 개혁돼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변신을 촉구했을
정도다.

지난 80년대 "일본주식회사"를 가능케했던 경영방식이 지금은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충고였다.

미쓰비시 내부에서도 구조개편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불요불급한 인력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살아남을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미쓰비시은행 고문을 맡고 있는 전 통산성 고위관리 사카모토 요시히로씨는
"개별회사들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미쓰비시동차의 가와소에 가쓰히코사장도 "좋든 싫든 감량에 나서야
한다"고 인정한다.

그는 다만 "미쓰비시가 앞장설 수는 없지 않느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쓰비시그룹은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이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미쓰비시 제국"의 보수적 운영방식을 가장 강력히 옹호하는 수구파
인사는 미쓰비시중공업 회장이며 사실상의 그룹총수인 아이카와 겐타로씨.

그는 최근 "미쓰비시는 이익보다는 일자리를 우선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 1873년 미쓰비시를 창업한 사무라이 후예 이와사키
야타로가 내세운 기업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정부지원으로 성장한 미쓰비시는 오랫동안 국가이익을 지켜 왔다.

공공봉사를 위한 이와사키의 열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그룹
경영원칙의 최고덕목으로 굳어졌다.

그룹내 28개 핵심회사 최고경영자들은 지금도 본부 꼭대기층의 거대한
타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월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열고 있다.

하지만 미쓰비시 경영진이 구조개혁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고 기존의
경영방식을 고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카와 회장의 경영노선에 주주들이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