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정권이 들어선 30일 외환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날 도쿄시장이 문을 열자 엔은 달러당 1백42.53엔에서 첫 시세를
형성했다.

전날보다 1.4엔 떨어졌다.

오후들어 약간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전날보다 약간 낮은
1백42엔초반에서 오르내렸다.

오부치총리-미야자와 대장상 체제에서도 과감한 경제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개혁의 조타수인 미야자와 대장상이 온건개혁론자여서 급진적인
부실채권정리방안이나 특별히 새로운 감세조치가 나올 것 같지 않다는
게 시장의 첫 평가였다.

외환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애가 탄 미국정부는 일본의 과감한
경제개혁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미국 CBS방송에 출연, "일본의 새 정부가 개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당겨 경기회복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앞으로 당분간 1백38-1백45엔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ABN암로은행의 환율분석가 존 넬슨은 "미야자와대장상의 개혁방향과
정도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엔화가 현수준에서 크게 오르거나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당장 가시적인 개혁 조치가 나와 시장이 일시에 안정될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엔화가 폭락할 만큼 정황이 악화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부치 정권에 대한 외환시장의 시각이 다소 차가운 것과는 달리 증시의
눈길은 비교적 따뜻했다.

이날 증시 개장과 함께 주가는 소폭(0.27%)이지만 오름세를 보였다.

실물경제에 정통한 미야자와가 그래도 전임자와는 다를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한마디로 금융시장은 "우려반 기대반"으로 오부치-미야자와 라인을
지켜보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