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부치 게이조 내각이 30일 출범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장상엔
미야자와 기이치 전총리, 통산상 요사노 경제기획청장관 사카이야의 라인업
이다.

오부치 총리가 "경제재생내각"이라고 명명한 새 내각의 정책컬러가 하시모토
류타로 내각과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은 노인이
나설 때가 아니다"며 대장상제의를 고사하다가 결국 받아들인 마야자와에
대해 일본 국내에선 "거물정치인인 만큼 경제정책 선택폭과 추진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않은 것 같다.

그러나 새 내각의 경제정책이 일본경제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식은 피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뚜렷한 "철학"이 없고, 그래서 증시와 외환시장에서의 평가도 좋지 않았던
총리의 면모도 그렇지만, 미야자와 대장상의 나이(78)가 금융개혁을 진두지휘
해야할 격무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느냐는 불안감도 결코 적지않은 것
같다.

미야자와는 일본언론이 이른바 "적극경제론자"로 평가한다. 엔약세를 저지
하기 위한 미.일간의 협조를 강조해왔고 경기부양을 위해 중.장기적인 금리
인하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88년 소비세 도입당시의 대장상으로 이른바 영구
감세라는 전반적인 세율인하에는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밝힌바
있고, 재정적자확대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견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장기금리가 1%대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쉽지않을 뿐아니라 그 기대
효과도 의문시되고 있는 여건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영구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외에는 일본의 내수진작-장기불황타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미국 등
일본 바깥의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미야자와의 구상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30조엔의 재정자금을 투입,
가교은행을 설립해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일본경제의
불황이나 엔화약세가 은행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때 정공법적인 처방
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은 일본경제가 반드시 딛고 넘어야할 과제이기는 하지만
우선 단기적으로는 부실금융기관폐쇄에 따른 충격이 증시 등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절대적으로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자민당정권 자체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오부치 내각이 들어서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엔화약세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개혁은 반드시 해야하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경제회복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그래서 엔약세가 반전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부치 총리-미야자와 대장상의 일본 새 내각은 일본경제와 마찬가지로
앞날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고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