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최근 각 계열사별로 디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경영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하반기들어 전산업에 걸쳐 내수부진이 심화되고 자산 디플레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대응전략이다.

재고최소화와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주식매각 외자차입 등에 의한
현금유동성 확보가 주 내용을 이룬다.

재고는 가능한한 줄이되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 운신의 폭을 넓히자는
의도다.

삼성전자의 경우 윤종용 사장의 지휘아래 재고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4조원대에 달하는 재고를 줄이는 것만이 현 상황에서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

이를위해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생산라인 가동도 일부 조정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서울역 연세재단빌딩에 입주중인 일부 사업부를 삼성물산으로
부터 사들인 삼성본관으로 이전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관은 서울 본사를 수원공장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임대료를 아끼고 간접부문 인력을 통합시켜 비용을 줄이자는 의도다.

삼성그룹은 주식매각 증자 회사채발행등을 통한 대대적 자금확보도 추진중
이다.

삼성할부금융의 경우 지난 7~24일사이 보유중이던 삼성증권 주식 69만주
가량을 매각했다.

삼성중공업 등은 22~24일사이 삼성정밀화학 주식 68만주를, 에버랜드 등은
삼성전기 주식 23만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이들은 주식매각으로 2백억원정도의 현금을 확보했다.

또 이번주들어 1조2천7백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4천억원과 삼성중공업 1천억원의 발행을 끝냈으며 삼성자동차
삼성종합화학 삼성항공 제일모직 에버랜드 등도 회사채 발행을 계획중이다.

유상증자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지난주 싯가기준 6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결의한데 이어 삼성전관도 2천억원상당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삼성이 확보하게 되는 현금은 2조원이
넘는다.

이밖에 외자도입도 계속 진행중으로 삼성전관이 독일현지법인을 통해 최근
1천만마르크(70억원)를 차입했으며 삼성자동차는 중동계 자금도입을 추진중
이다.

또 삼성물산은 유통부문에 외자를 도입해 합작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삼성전자 등은 삼성의료기기 지분(45%)을 매각할 방침이다.

삼성의 이같은 대규모 자금조달은 디플레 위험회피외에 5대 그룹에 대한
정부의 금융기관 대출 억제정책으로 앞으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또 외자도입의 경우는 기아자동차 인수 추진과도 관련이 깊다.

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하반기 디플레가 가속화될 것이 확실하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계열사별로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