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경제에 대한 "처방전"은 구조조정의 가속화
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국제통화기금(IMF) 해법"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각론에선 몇가지 보완대책을 권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고금리 긴축정책에 따라 발생한 신용경색과 실업급증에 대해 과도한
외환보유고 축적을 경계하고 보다 여유있는 재정지출을 주문한 것 등이
그렇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후 처음으로 경제전반에 걸쳐 평가를 받은 결과인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KOREA)"를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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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96년 한국의 OECD 가입은 35년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다.

한국의 고도성장은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 교육수준이 뒷받침된 것이다.

2. 한국은 OECD에 가입한지 1년도 안돼 심각한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IMF 구제금융 이후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 이뤄지고 대규모 경상흑자와
외국자본 유입이 가능했다.

이에 힘입어 환율은 안정되고 외환보유고가 확충됐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위기는 98년초 국내 수요를 크게 위축시켜 1.4분기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3.8%에 머물게 했다.

부도업체 수가 경제위기 전의 3배로 증가했고 실업자도 급증했다.

3. 한국경제의 위기는 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적인 약점에 기인한다.

기업들의 낮은 수익성과 과도한 부채,부실한 감독으로 인해 허약해진
금융시스템 등으로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이것은 금융 기업 정부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주식회사"식
경제운영에도 그 원인이 있다.

4. 기업의 과도한 부채는 고도성장 전략의 결과이다.

그러나 부채를 통한 자본집약적인 투자로 높은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은
70,80년대와는 달리 90년대의 심화된 국제경쟁에는 적합하지 않다.

결국 저성장과 교역조건 악화로 금융비용부담이 과중해지면서 30대 재벌
그룹중 7개 그룹이 부도를 내는 등 기업부도가 크게 늘었다.

5. 동남아 국가들의 위기 여파로 취약한 금융시스템과 낙후된 기업지배구조
를 가진 국가에 대한 경계심이 증폭됐다.

지난 94년 8백90억달러이던 외채가 97년 1천7백억달러로 2배에 달했다.

특히 단기외채의 비중이 전체 외채의 3분의 2를 넘었다.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단기 외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작년 10월 홍콩증시 폭락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회수로 외환보유고는
빠르게 고갈됐다.

돌이켜 볼때 확신할 수는 없지만 환율이 훨씬 일찍 유동화되었다면 위기의
정도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6. 한국은 경제의 안정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긴축적인 거시정책을
채택했다.

단기금리를 매우 높게 유지해 환율과 물가를 안정시키고 통화를 긴축적으로
운영해 외환보유고를 확충했다.

이는 IMF와의 합의사항이다.

긴축 통화정책은 과도한 부채를 지닌 기업들의 부도를 초래해 은행부실여신
을 증가시켰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충족시키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으로
여신은 크게 축소됐다.

긴축적인 재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정부는 최초 IMF와의 합의때
98년중 통합재정수지상 균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98년3월 추경예산을 통해 GDP(국내총생산) 3% 규모의 지출축소와
세율인상을 추진했다.

7. IMF 프로그램의 광범위한 구조개혁은 지난 두차례 한국경제검토회의와
가입시 OECD의 권고사항과 일치한다.

이런 구조개혁은 한국경제를 국제경쟁에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금융 및
기업부문에 효과적인 통제를 마련하는 두가지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시장원리에 입각한 금융부문과 기업부문의 회복이 시급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제고와 자본시장 개방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8. 금융시스템의 회복이 필수적인 요소다.

잘 관리된 은행은 기업구조조정과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중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난 3월말 1백18조원으로 추정되는 부실여신의 처리
이며 성업공사는 부실여신을 매입하고 적정한 가격에 팔아 신속히 현금화
해야 한다.

은행에 대한 외국인 소유와 합작투자는 자본뿐아니라 경영기법의 도입을
통해 한국의 은행들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산업개방과 자본참여 허용은 환영할 만하다.

9.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효과적인 경제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기존의 정책들에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최우선적으로 유인이 약한 파산법의 정비가 시급하다.

재무제표상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가회계제도를 도입하고 감시제도를
강화하는게 필요하다.

이사진의 법적 책임, 주주와의 거래관계등에 대한 투명성 제고가 긴요하며
99년부터는 모든회사에 도입되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주회사 허용이 기업의 투명성제고와 구조조정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은 시장원리에 의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
한다.

단 정부의 역할은 제도정비에 주력하고 과거같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배제돼야 한다.

10. 법으로 허용된 정리해고가 기업구조조정의 유연성을 허용할 수 있도록
시행돼야 한다.

유연성 제고는 고용보험과 직업훈련제도 확충, 공공 고용서비스제도의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또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직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
하다.

그러나 영구적인 안전망 확충이 근로 또는 저축의욕을 훼손할 정도가 돼선
안된다.

11. 최근의 제도개선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유치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며 상당한 자본유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비록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기업의 자구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입장벽과 국내규제를 통한 교묘한 형태의 보호는 줄여야 한다.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창업여건과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12. 시장중심의 시스템에 대한 기초를 다지는데 인상적인 출발을 이룩
했으나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화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은 금년중 마이너스 4.7%의 경제성장에 머물고 실업률은 연말에 8%에
이를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9%정도 상승할 것이다.

수출증가와 수입급감으로 경상수지는 3백50억달러의 흑자가 예상된다.

향후 몇년간의 경제상황은 다음의 요소에 의존할 것이다.

고금리 신용경색 자산가격하락 국내외경쟁격화 등에 대한 기업의 대응,
임금과 직업안정의 불확실성에 대한 가계의 대응,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투자자의 반응이 그것이다.

13. 최근 금리가 빠르게 안정돼 거의 위기 이전수준으로 회복되었으나
추가적인 인하는 물가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금리인하만으로는 부도 확산방지에 충분하지 못하므로 금융구조조정
의 가속화가 필요하다.

외환보유고의 확충은 필요하나 과도한 규모의 외환보유고는 많은 기회비용
을 초래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정책에 여유가 있다.

최근 GDP의 4%에 해당하는 재정적자를 추진하나 OECD 추정에 따르면 여전히
다소 긴축적인 재정기조로 판단된다.

14.가시적인 구조개혁조치로 대외신뢰도가 높아지고 긴축적인 거시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향후 추가적인 진전은 사회적 갈등없는 대규모 정리해고, 은행부문의 더욱
단호한 합리화, 기업퇴출제도의 효과적인 작동 등이 이뤄져야 한다.

15. 한국경제는 99년중 2.5%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시장기능에 입각한 새로운 제도확립이 중장기적인 경제회복에 긴요하다.

역동적이고 유연한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용기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

중기적으로 개혁이 생산성 증가에 기여할 것이며 이는 높은 저축률, 강한
사회적 결합과 우수한 노동력에 더해져 한국경제를 고성장으로 복귀시킬
것이다.

< 정리=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