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위기국면을 맞게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수출할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매달 평균 2천여개씩 쓰러지는 기업들 가운데 25%정도는 직.간접적으로
수출에 참여해온 업체들이다.

고합 동아건설 진로 한일합섬등 대기업들이 쓰러질 때마다 어렵사리 개척
해온 수출시장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밖에 없다.

IMF체제에 접어든 이후 반년이 넘도록 이런 상황이 지속됐으니 수출이
붕괴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살아남은 기업들도 빅딜이다 구조조정이다 정리해고다 해서 수출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무협은 "우선 생존이 급급한 기업들이 바이어관리 시장개척 디자인개발 등
해외시장을 내다보고 준비할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당장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상황이어서 종합상사 제조업체 가릴것 없이
해외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해외지사를 철수하고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채산성을 따지다보니 장기안목에서의 시장개척은
엄두도 못낸다"면서 장기수출전망을 하나같이 어둡게 본다.

무역투자진흥공사의 무역관, 해외공관의 상무관 등 수출지원조직도 축소되고
있다.

수출마인드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수출금융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원화절상까지 겹쳐 있다.

이쯤되면 수출이 늘어날 수가 없다.

<> 해외시장여건 =한국수출의 50%를 차지하던 아시아시장의 수요위축이
최대악재로 작용해 왔고 당분간 반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상반기중 동남아(ASEAN) 수출은 27.5%나 급감했고 홍콩(-12.1%) 대만(-7.3%)
등에서도 하나같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일본의 경기침체로 대일수출도 15.7%나 감소했다.

이 바람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제2의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수출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시장이 무너진 대신 미국과 유럽(EU)시장에 대한 수출이 늘고 있지만
사사건건 통상시비를 걸어오고 있어 장기적으로 아시아시장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산업자원부는 "일본에서 자본재와 부품을 수입해 서구선진국으로 상품을
내다파는 70~80년대식 수출패턴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 교역
상대국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국가들간에 벌어지는 저가경쟁으로 수출채산성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묵인아래 엔화약세를 무기로 수출드라이브를 멈출줄 모르고
있고 중국 ASEAN국가들도 국내경기침체를 커버하기 위해 저가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 수출지원여건 =정부는 끊임없이 수출금융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집행이 안되는 것이 많고 일선 금융기관 창구에서 먹혀들지 않는다.

산업자원부는 구매승인서를 근거로 무역금융을 지원해 준다고 했지만
은행창구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신용보증기금등 신용보증기관의 경우 특별신용보증 여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여서 보증서 발급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

국회개원이 늦어지면서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키로 했던 5천억원의
신용보증자금도 언제 지원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무역금융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지만 은행들이 심사기준을
완화하지 않아 효과는 미지수다.

수출보험에 중소수출업체들이 많이 몰리지만 창구일손이 모자라 제때
지원되지 않을 정도로 후속조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