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어제 1천5백69명을 정리해고함으로써
대기업의 본격적인 고용조정이 시작됐다. 현대는 당초 노동부에 정리해고
예정인원으로 신고했던 4천8백30명보다는 훨씬 적은 인원을 해고처리했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10~20% 정도의 정리해고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멀지않아 많은 대형사업장들이 고용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정리해고 계획이 발표된 이후 농성이다,파업이다 하여 정상조업을 못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에서 보듯, 고용조정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하반기 국내 산업현장은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 모든 경제주체들
이 힘을 모아도 위기 극복이 어려운 판에 노사정이 모두 고용조정문제에
매달려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기 이를데 없다.

노동계가 선뜻 정리해고에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은 우리도 십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기업의 절박한 상황을 생각한다면 일정한 고통의 몫을 나누어 지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고용조정은 우리 모두에게 고통이지만 궁극적
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체질을 강화시켜 경제 재도약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협조적으로, 그것도 최단시일내에 해내지
않으면 안될 시급한 과제다. 기업과 국민 모두가 고용조정에 따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고용조정은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후
법개정까지 마친 사안이다. 따라서 고용조정은 개별기업의 사정에 따라
합법적이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노사정위원회 대표들이 울산
현대자동차 현장을 방문,중재에 나섰지만 원칙없는 "달래기"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고용조정은 노사간 교섭 대상이 아니라 협의 대상이며 현대자동차
의 경우는 이미 협의가 끝난 사안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사정위가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은 합법적인 고용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것이다. 일시적 마찰이 두려워
불가피한 고용조정을 늦춘다면 외자유치가 불가능해지고 기업경쟁력이
살아나지 못해 경제회복이 늦어지게 되며 경제회복이 안되면 결국 더 큰
규모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처지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있는 역량을 총결집해야 할 시점
이다. 노동계가 새삼스럽게 고용조정 자체를 부정하거나 불법 강경투쟁으로
일관한다면 문제는 더욱 꼬일 뿐이다. 실업의 고통은 크지만 더이상
구조조정을 늦춰서는 안되며 위기상황일수록 법질서는 지켜져야 한다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정리해고 회피노력을
포함한 고용조정의 절차가 합법적인지를 가리는 일은 필요하지만 고용조정
자체에 대한 시비와 간섭은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