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레멀슨의 유령"에게 거액을 뜯기게 됐다.

미국의 전설적인 발명가였던 고 제레미 레멀슨의 "바코드 특허권"에 대해
빅3가 로열티를 물기로 한 것.

지난 수년동안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빅3가 물기로 한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억달러는 족히 넘으리란게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레멀슨은 에디슨에 견줄 만큼 뛰어난 발명가로 꼽히는 인물.

미국에서 4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게릴라식 특허권 공세로
더욱 이름을 날렸다.

잠자코 있다가 기술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불쑥 특허권을 들이대고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와의 분쟁역시 지난 92년 빅3에 레멀슨의 청구서가 날아들면서
시작됐다.

바코드 등 자동 인식기술은 레멀슨이 1954년도에 따낸 특허권라는 것이다.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 업계는 순순히 댓가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빅3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 기술개발에 몰두해온 터에 뒤늦게 소유권을 요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사건은 법정으로 넘겨졌고 긴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작년 미국 지방법원이 레멀슨 재단에 유리한 판결을 시사하면서
빅3는 끝내 로열티를 지급하는데 합의했다.

레멀슨이 생전 인터뷰에서 "특허권에 항거하는 기업에겐 댓가가 돌아갈 것"
이라고 강조한 만큼 빅3는 일본및 유럽업체보다 비싼 로열티를 물게 될
전망이다.

수백개 자동차 부품업체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레멀슨의 미망인인 도로시 여사가 운영하는 레멀슨 재단은 상당한
금액을 챙기게 됐다.

문제는 이번 빅3의 항복이 끝이 아니라는데 있다.

바코드는 지구상의 모든 산업과 기업들이 쓰고 있다.

레멀슨 재단의 대표인 제랄드 호시어 변호사도 "모든 기업이 타겟이 될 것"
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레멀슨 재단의 특허권 공세는 국적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가해진다.

지난 94년에는 삼성 등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특허권
을 문제삼아 2천1백만달러를 받아낸 적이 있다.

모토로라 NEC 필립스 등 굴지의 기업들도 레멀슨 재단에 특허사용료를
상납하고 있다.

97년 한해만 세계 1백개 기업들로부터 5억5천만달러를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다간 전세계 모든 기업이 "레멀슨세"를 내야할 가능성이 있다"는
원스 티모시 오헌 국제특허권 전문변호사의 지적이 기우가 아니라는 얘기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