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의 앨리스 암스덴교수는 한국 경제위기의 원인을 대기업의
과다차입문제 외에 동남아시아위기의 충격파에서 찾고 있다.

선진국들이 한국의 고도성장을 지나치게 견제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한국에 과도한 시장개방압력을 넣어 한국경제가 위축됐다는 얘기다.

암스덴교수는 또 IMF가 고금리와 원화가치절하를 가혹하게 요구함으로써
유동성부족을 초래하게 했다고 비판한다.

나는 이런 주장을 접하면서 외채연장과 외국인 투자유치만으로는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더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펼쳐 어떠한 외부의 교란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작년말부터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던 원화가치는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해외보유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고
수입수요의 격감으로 외화보유고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외환위기를 진정시키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출경쟁력을 급격히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과감한 수출촉진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한국의 외채총액이
1천5백60억달러로 발표됐지만 대기업의 해외현지차입, 개인차입 등을 더하면
실제 외채는 2천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금리를 10%라고 가정하면 매년 2백억달러씩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10년에 걸쳐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간다고 하면 매년 최소한 3백억
달러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1년에 3백억달러 이상의 경상흑자를 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외채의 적정규모가 얼마냐는 문제는 경제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경제가 호황을 구가할 때는 GDP대비 외채규모가 높아도 어느 정도 무방하다.

그러나 침체국면에서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외채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구조조정과 금융개혁 등 경제의 근본체질 개선에도 주력해야 하지만
수출전선에 정부와 재계, 노동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때다.

이광수 < 대천실업 전무이사.경제학박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