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이 폭락하는데도 일선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파는 쇠고기값은
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가.

소비자들은 누구나 이렇게 묻는다.

국세청은 정육점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보고 최근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락요인이 누적된데도 불구하고 쇠고기값은 산지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소비자들과 물가당국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31일 현재 한우 산지가격은 1백49만5천원.

87년이후 1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우 가격은 작년말에 비해서도 25% 떨어졌다.

소값이 최고치에 달했던 95년9월보다는 54%나 폭락했다.

반면 쇠고기(한우 정육) 값은 올들어 평균 10% 떨어지는데 그쳤다.

서울 용산구 관내 A정육점의 경우 작년말 1근(6백g)에 1만2천원 받던
등심을 지금은 1만1천원에 판다.

고기품질은 다르지만 서울시내 B백화점은 등심값을 1만9천8백원에서
1만8천원으로 내리는데 그쳤다.

수도권 C할인점은 1만4천9백40원에서 1만4천1백원으로 8백40원(5.6%)
인하했다.

소규모 자영업형태로 운영되는 대다수 국내정육점들은 규모가 영세하다.

그러다보니 쇠고기 판매가격에서 소값이 차지하는 원가비중이 50%선에
불과하다.

가령 1근에 1만1천원인 등심가격에서 인건비 임대료 전화료 전기세 등
부대비용이 5천~6천원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따라서 소값이 50% 떨어진다 해도 자영업자들의 쇠고기값 하락요인은
25% 안팎에 그친다.

하지만 이정도라도 모두 내리면 다행이다.

95년9월이후 소값이 54% 떨어지는 동안 쇠고기 정육 가격은 19% 떨어지는데
그쳤다.

쇠고기값에서 차지하는 고정비용 비율을 감안한다면 27% 안팎 떨어져야
옳다.

정육점들은 대개 한달에 2백만원 안팎의 이익을 남겨 생계를 꾸려 나간다.

IMF 불황이 시작되기전 한달에 한우 4마리를 판매한 정육점이라면 마리당
제비용을 빼고 50만원만 남기면 됐다.

그러나 불황으로 대다수 업소의 월판매량이 2마리미만으로 줄어든 지금은
기대수익을 월 1백40만원으로 줄인다해도 1마리에 70만원을 남겨야 한다.

일정규모의 판매량은 유지해야 되는데 장사여건이 워낙 나빠져 값 내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대형유통점들은 쇠고기값에서 고정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육점보다 낮다.

1~2마리를 사서 도축하는 정육점들과 달리 한꺼번에 20~30마리씩 사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값이 떨어지면 정육점보다 더 큰 폭으로 쇠고기값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는다.

일부 "미끼품목"(국거리용 불고기용 장조림용 등)만 값을 많이 내리고
등심 안심 등 주요 품목은 정육점과 비슷한 비율로 내려 마진을 보충한다는게
소규모 정육점들의 설명이다.

A정육점 주인 김송기(40)씨는 "규모가 영세한 소형정육점 위주의 유통구조
가 개선되지 않는한 소비자들의 가격불만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올들어 쇠고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바람에 인근 3개 정육점 가운데
2곳이 문을 닫을 형편에 놓여 있다"고 털어놨다.

[ 정육점 "우리도 안 남아요" ]

A정육점은 IMF체제전 한달에 3~4마리분의 한우고기를 팔았다.

그러나 지금은 겨우 2마리를 팔기도 힘들다.

그나마 꼬리 우족 갈비등 마진이 높은 부위는 고스란히 냉장고에 쌓여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아예 고기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한우 2마리분의 쇠고기를 팔면 1백60만원 가량 떨어진다.

각종 비용을 제하기 전에 그렇다.

또 한달에 돼지삼겹살 8백근과 10마리분의 돼지고기를 팔아 73만원을
남긴다.

남는 돈은 모두 2백33만원.

여기에서 임대료 40만원과 전기세 전화세 등 각종 비용을 빼면 약
1백60만원이 남는다.

주인 김씨는 "잘 나간다는 정육점이 이 정도"라면서 "소값이 비싸더라도
수요가 많던 시절이 차라리 더 좋았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