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CG) 전문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 영상산업의 기초분야가 부실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한때 국내 최고로 인정받던 CG업체 "비손텍"은 지난해 영화제작, 교육용
소프트웨어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다가 부도를 냈다.

현재는 직원들의 일부가 비손텍의 장비를 갖고 "에이팩스"라는 회사를
차려 CF제작등을 중심으로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 씨네온 장비(필름화면을 컴퓨터에 옮겨 작업한후 다시 필름으로
만들수 있는 장비)를 들여와 국내 CG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렸던 LIM은 모기업
인 대선주조가 부도난데다 고가장비도입에 따른 임대료를 감당못해 지난해말
사실상 문을 닫았다.

일부 장비를 인수한 직원들이 "빅센"과 "캔버스"라는 소규모 CG업체를
별도로 차렸고 LIM은 씨네온장비를 안은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94년 "구미호"를 만들면서 선구적으로 영화에 CG기법을 도입했던 신씨네
그래픽스도 일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모션컨트롤 카메라, 필름스캐너와 레코더 등 특수효과 장비를
갖추고 꾸준히 작업하는 업체는 "미디아트"와 "제로원 픽쳐스" 정도.

"용가리"를 제작하는 "영구아트무비"도 일부 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국내 시장상황이 워낙 나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CG업계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IMF 한파로 광고나 홍보물 제작이
절반이상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디아트의 윤종국 CG팀장은 "영화분야등 특수효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돈을 들여 추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지금같은
여건에서 할리우드 수준의 화면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 LIM 멤버였던 임관수(애니맨 이사)씨는 "그동안 편집기사 연봉이 억대에
이르는 등 CG업계에 거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선 도입된 장비들이
사장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될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시장에서는 수요가 한정돼 있다"며 "결국 해외시장개척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