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에는 어디나 소나무가 많다.

장수의 표상이자 절개와 의지의 상징으로 우리민족과 친근한데다 목재와
약재로 두루 쓰이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때문에 소나무가 고사하면 산 전체가 황폐화되고 만다.

몇년전부터 솔잎혹파리가 극성을 부리면서 강원과 경북 충북의 산들이
붉게 변하더니 금강산마저 솔잎혹파리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솔잎혹파리는 지난 29년 서울 비원과 목포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점차 늘어나
전국의 소나무를 갉아먹고 있다.

얼마전 강원도 고성일대에서 항공촬영한 결과 금강산 전체면적 5만ha중
1만ha가 이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산림청은 그동안 벌채, DDT BHC 등 살충제 살포, 솔잎혹파리의 천적인
먹좀벌 방사등 피해방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솔잎혹파리 박멸이 이처럼 어려운 것은 솔잎을 갉아먹는 유충(오렌지색
또는 연한 황색의 방추형으로 몸길이는 2~3mm)이 솔잎밑동에 단단한 혹을
만들고 들어 앉아 있는데다 5월초 알을 낳는 성충의 생존기간이 2~3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가 해송인 전남37호와 소나무 충북3호의
인공교잡을 통해 솔잎혹파리에 강하고 일반소나무보다 생장력이 1.5배나
좋은 신종소나무를 개발했다.

또 생명공학연구소 박호용 박사팀 등 5개팀이 곤충병원성 곰팡이인 백강균
배양물을 주원료로 솔잎혹파리 방제용 미생물살충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쓰인 화학농약과 달리 이것은 다른 식물이나 이로운 벌레를 죽이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시판이 가능한 2~3년뒤면 솔잎혹파리 퇴치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강산에 확산되고 있는 솔잎혹파리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48억원을 마련,
방제단을 구성해 북한에 파견키로 했다.

산은 한번 훼손되면 제모습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슷하게 회복
되는데도 수십년씩 걸린다.

금강산을 지키는 데는 남북이 따로 없다.

그대로 뒀다간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한 봉래산 제일봉 낙락장송"을
볼수 없게 될지 모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