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부-대기업 관계 재정립을 .. 이재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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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 성균관대 교수 / 경제학 >
정부는 재벌들에 서로 "사업교환"을 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함으로써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밝혀 놓고 있다.
지난 문민정부에서도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지양하고 업종전문화
를 추진하도록 했으나 재계의 반발에 부딪쳐 좌절되었다.
국민의 정부가 제기하는 재벌간의 사업교환, 소위 "빅딜"도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재벌간의 사업교환(SWAP)을 왜 우리나라에서는 빅딜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 사람들은 흔히 빅딜(big deal)이라고 하면 역설적으로 "대수롭지 않은
것"을 뜻한다.
정부가 단단히 벼르고 내놓은 재벌개혁 방안이 대수롭지 않게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재벌들은 경쟁력강화를 위한 핵심사업 중심의 구조조정은 기업이 스스로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량실업을 볼모로 협조융자 등 자금차입만 늘릴 뿐
구조조정은 매우 더디게 진행시켜 왔다.
심지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이 시급한 마당에 기업구조조정은
경기가 회복된 후에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개입의 빅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재벌간의 사업교환을 다그치는 것을 보면 기업의 부채를 단순한
부채일 뿐 자산으로는 보지 않는 것같다.
어차피 모두 은행빚을 얻어 과잉투자 중복투자 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예대상계하듯이 중복투자한 사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기업활동이 국제화
될수록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일부 재벌은 이미 해외사업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다국적기업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사업부문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같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다국적기업인 재벌들에 지나치게 규제나 개입을 하면
결국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지금 선진국이나 개도국을 막론하고 모두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투자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 정부들간에 규제완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터에 우리 정부는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기업을 쥐어 짤 궁리만 하고 있으면
되겠는가.
규제완화 구조조정 등과 관련된 정부와 재벌간의 관계는 마치 시집간 딸과
친정간의 관계와 비슷하다.
친정에서 출가외인이 된 딸에게 돈가져 와라, 밥가져 와라 해도 안되지만
시집간 딸이 친정에 가서 허구한날 뜯어내려고만 해서도 안된다.
정부가 다국적기업이 된 재벌들을 지나치게 못살게 굴어도 안되지만 해외
에서 사업하다 진 빚까지 국내에 와서 보증해 달라, 탕감해 달라 하는 것도
어림없는 얘기다.
정부와 재벌간의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
대마불사라며 부실한 대기업을 국민부담으로 계속 지원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는 한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부당하게 차별할 필요도 없다.
재벌들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부실대기업에 대한 빚탕감 조세감면 추가자금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실제로 우리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
시킨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이 기업의 빚부담을 떠맡아 왔다.
지난 72년의 8.3조치, 85년의 산업구조조정, 그리고 98년의 금융외환위기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렇게 한국의 재벌들은 과거와는 달리 이미 다국적 기업이 되고 있다.
아마 외환위기만 없었더라면 재벌들의 해외진출은 더욱 늘었을 것이다.
재벌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도 이제 좀 달라져야 할 것같다.
국민정서를 앞세워 정부가 재벌을 윽박지르고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의 여건마련을 빌미로 재벌들이 벌여 놓은 빚잔치를
국민부담으로 떠넘기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는 이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건전성감독을 철저히 하며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계.공시제도를 국제기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기업구조
조정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말해 "특혜부여"가 아닌 "여건조성"을 통해 정부개입이 아닌 재벌
스스로의 구조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
정부는 재벌들에 서로 "사업교환"을 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함으로써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밝혀 놓고 있다.
지난 문민정부에서도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지양하고 업종전문화
를 추진하도록 했으나 재계의 반발에 부딪쳐 좌절되었다.
국민의 정부가 제기하는 재벌간의 사업교환, 소위 "빅딜"도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재벌간의 사업교환(SWAP)을 왜 우리나라에서는 빅딜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 사람들은 흔히 빅딜(big deal)이라고 하면 역설적으로 "대수롭지 않은
것"을 뜻한다.
정부가 단단히 벼르고 내놓은 재벌개혁 방안이 대수롭지 않게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재벌들은 경쟁력강화를 위한 핵심사업 중심의 구조조정은 기업이 스스로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량실업을 볼모로 협조융자 등 자금차입만 늘릴 뿐
구조조정은 매우 더디게 진행시켜 왔다.
심지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이 시급한 마당에 기업구조조정은
경기가 회복된 후에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개입의 빅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재벌간의 사업교환을 다그치는 것을 보면 기업의 부채를 단순한
부채일 뿐 자산으로는 보지 않는 것같다.
어차피 모두 은행빚을 얻어 과잉투자 중복투자 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예대상계하듯이 중복투자한 사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기업활동이 국제화
될수록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일부 재벌은 이미 해외사업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다국적기업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사업부문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같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다국적기업인 재벌들에 지나치게 규제나 개입을 하면
결국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지금 선진국이나 개도국을 막론하고 모두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투자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 정부들간에 규제완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터에 우리 정부는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기업을 쥐어 짤 궁리만 하고 있으면
되겠는가.
규제완화 구조조정 등과 관련된 정부와 재벌간의 관계는 마치 시집간 딸과
친정간의 관계와 비슷하다.
친정에서 출가외인이 된 딸에게 돈가져 와라, 밥가져 와라 해도 안되지만
시집간 딸이 친정에 가서 허구한날 뜯어내려고만 해서도 안된다.
정부가 다국적기업이 된 재벌들을 지나치게 못살게 굴어도 안되지만 해외
에서 사업하다 진 빚까지 국내에 와서 보증해 달라, 탕감해 달라 하는 것도
어림없는 얘기다.
정부와 재벌간의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
대마불사라며 부실한 대기업을 국민부담으로 계속 지원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는 한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부당하게 차별할 필요도 없다.
재벌들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부실대기업에 대한 빚탕감 조세감면 추가자금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실제로 우리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
시킨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이 기업의 빚부담을 떠맡아 왔다.
지난 72년의 8.3조치, 85년의 산업구조조정, 그리고 98년의 금융외환위기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렇게 한국의 재벌들은 과거와는 달리 이미 다국적 기업이 되고 있다.
아마 외환위기만 없었더라면 재벌들의 해외진출은 더욱 늘었을 것이다.
재벌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도 이제 좀 달라져야 할 것같다.
국민정서를 앞세워 정부가 재벌을 윽박지르고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의 여건마련을 빌미로 재벌들이 벌여 놓은 빚잔치를
국민부담으로 떠넘기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는 이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건전성감독을 철저히 하며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계.공시제도를 국제기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기업구조
조정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말해 "특혜부여"가 아닌 "여건조성"을 통해 정부개입이 아닌 재벌
스스로의 구조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