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걷는 것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있다.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 카메라를 들고 심산유곡을 헤맨지 어언 28년.

56세의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 않게 왕성히 일할수 있는 것은 도심의
콘크리트 보도를 벗어나 흙을 밟으며 아주 많이 걷기 때문이다.

나는 3월에서 10월까지 한달에 20일이 넘게 일의 터전인 산속 강가
바닷가를 헤매고 다닌다.

흙과 숲과 물이 있는 곳.

그야말로 매일 삼림욕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번 촬영을 나가면 온종일 몇개의 산봉우리를 오르내리고 이튿날에는
또 다른 산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힘든 것은 없다.

산행이 오래갈수록 발길은 더욱 가벼워지고 머리는 점차 맑아짐을 느낀다.

저녁이면 소주 1~2병 정도로 낮의 피로를 푼다.

과음은 하지 않고 매일 이만큼씩 규칙적으로 마신다.

보통 인삼을 안주 삼아 먹는다.

그리고 이따금 친분있는 산사람들이 가져다준 음양곽으로 담근 술을
즐긴다.

흔히 남들은 내가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다.

늘 새로운 야생화의 세계는 날마다 신선한 만남과 기대를 남겨놓기
때문이다.

우리땅 곳곳에 퍼져 자라는 수천여종의 야생화.

꽃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수술 암술 씨방 등의 모양을 살피다보면 어느새
나자신이 꽃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꽃의 색깔도 다르지만 꽃의 내면도 다름을 깨닫게 된다.

꽃의 속살을 보노라면 옆에 호랑이가 나타나도 모를 정도로 강한
정신집중력이 발휘된다.

이 또한 나의 두뇌건강에 도움을 주는 요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