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은 절전을 위해 에어컨을 거의 켜지 않는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한증을 하다시피 하루를 보낸다.

하늘은 찌부둥하고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선출 자유투표가 실시된 3일도 마찬가지였다.

정당을 수년간 출입하다 일년간의 해외연수를 다녀와 정치부에 복귀한
기자는 정치권도 뭔가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결선투표까지 간 이날 의장선거가 여권의 승리로 가름되자 야권은 패배를
자인하면서도 정상적인 국회운영이 힘들 것임을 내비쳤다.

서로 승리를 장담했던 만큼 충격은 클 것이다.

그러나 일단 부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상임위 구성 등 국회의 모양새
를 갖추어 놓고 대여투쟁을 해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삶의 의욕을 잃고 엄청난 방황을 하는 수많은 국민들 앞에 이것은 국회가
해야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한다.

야권이 당혹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는 어디까지나 룰의 게임이다.

서로가 이것을 지키지 않을 때 폐해를 입는 쪽은 정치권 스스로가 아니라
이들을 민의의 전당에 대표로 보낸 국민들이다.

지금 국회가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은 우문이 될
것이다.

''최선을 희망하라, 그러나 최악을 대비하라(Hope the Best, Prepare the
Worst)''

야권에 보내주고픈 충정어린 경구다.

양승현 < 정치부 기자 yangs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