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영 < 중앙대 국제대학원장 cyahn@cau.ac.kr >

지난 95년 WTO(세게무역기구)가 출범할 때만 해도 우리는 글로벌 경제의
참뜻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2년 뒤 IMF 관리체제는 글로벌 경제의 실체를 우리 눈앞에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글로벌화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일방통행
모델이었지 외국기업과 자본의 국내 유치가 동시에 강조되는 쌍방통행
모델과는 먼 개념이었다.

쌍방통행의 글로벌화는 우리의 경제관과 세계관의 일대변혁을 요구한다.

그에 따라 교육체계와 사고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국제인간자본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게 되었다.

필자가 30년전 미국의 대학원에서 수학할 때 대만에서 유학 온 학생과 바로
옆자리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그가 중국 성씨 앞에 폴(Paul)이라는 미국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더욱 놀란 것은 대만 국립대에서 학부시절에 벌써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경제학 교과서들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원론, 수리경제학, 회계학 등 국제적 기초 과목들을 이미 미국
교재와 영어로 수업을 받았다.

노벨상을 받은 포겔 교수는 국제인간자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금 미국의
주요 대학의 경상 및 이공계열 박사과정에 중국 학생 다음으로 대만 학생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포겔 교수는 이 대만의 국제인간자본들이 대만 벤처기업들의 국제 네트워크,
중소기업의 국제적 전략제휴, 신추 하이테크 기업단지들을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영어구사력과 국제금융, 국제상법과 국제회계, 정보통신, 기초기술
분야 등에 소양을 쌓은 인재들이다.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국제금융거래와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은 초국적화가
되어가고 있으며, 미국의 AT&T와 영국의 브리티쉬텔레콤의 합병에서 보듯이
세계적 기업들의 합병과 전략적 제휴는 이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개도국에서 국제적 표준관행과 사고방식이 있을 때 선진기법과 도킹이
일어날 수 있다.

IMF 관리아래 놓여있는 우리경제는 외자와 외국기업의 본격 유치에서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IMF 관리체제는 글로벌 경제화를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우리 앞에 출현시키고 있어 국제인간자본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모든 유형의 M&A가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외국인 직접
투자가 본격화되면 외국인에 의한 경제활동은 더욱 광역화되고 일상화된다.

그렇게 될 경우 순수국내기업들도 일상거래에서 외국기업과 거래가 더욱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문화적 형질과 전통에 따라 각국별로 특이한 기업문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하에서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공통분모는
투명성의 원리, 관의 보이는 손이 아니라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경제, 그리고
국제적 기업언어이다.

그렇게 볼때 호환성이 있는 의식, 행동 그리고 지식체계를 갖춘 국제인간
자본이 우리 경제의 앞길을 열어갈 수 있다.

국제적 표준상관행, 국제표준회계제도, 국제특허와 기술체계 등을 숙지하고
있는 국제인간자본이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에 우리는 분명히
접어들었다.

바로 이러한 국제전문인력의 중요한 축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5개년 국책
사업으로 선정된 9개 대학원이 나름대로 기본 취지에 맞게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와는 달리 불행하게도 IMF 체제아래 예산절감을 위해 이 국책
사업의 규모를 크게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자국어와 영어의 동시 일상언어화 교육체계 및 국제
공준, 규범을 습득하는 교육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해야한다.

민족적 자존은 세계와 교류속에서 우리 것을 세계적으로 보편화하는데서
가능한 것이다.

세계와 단절 속에서 자존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우리 것의 국제화가 바로 우리의 고유한 자존을 지키는 길이다.

국제적 인간자본 양성과 우리 교육체계의 국제화를 위한 돌파구로 출범한
국제대학원 등의 프로그램은 IMF 시대일수록 축소될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
되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