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신종 IMF형 청탁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 및 금융권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등이 본격화되면서 재계쪽
인사들의 "선처"를 부탁하는 전화와 방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다.

청탁의 대부분은 퇴출대상기업에 선정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

그동안 정부가 강제로 퇴출기업을 선정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 때문인지 여전히 학연.지연 등을 동원해 줄을 대고 있다.

퇴출대상기업들의 경우 은행 대출금 일부가 출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힘을 좀 써달라는 부탁도 들어온다.

한 여당의원은 "부채비율만 줄이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며 도와달라는
기업인들이 많다"고 귀뜸했다.

그는 그러나 "정책적인 차원에서 배려될 수 있도록 요로에 얘기를
해보겠다고 달랜 뒤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으니 주거래은행으로부터
협조융자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비리형" 대출청탁도 은밀히
들어오고 있다.

정치인들은 청탁들을 해결할 "힘"도 없는데다 최근 경성그룹 특혜대출
사건으로 정치인에 대한 수사 태풍이 불면서 혹시 불똥이 튈까봐 아예 이런
청탁들을 못들은 채 하고 있다.

여기에 정리해고 여파로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인사청탁이 그 어느 때보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의원회관에는 일자리를 부탁하는 민원이 한달에 적게는 10여건에서
많게는 수십건에 이른다.

국민회의 P의원의 한 비서관은 "현재 있는 사람도 자르는 마당에 일자리를
알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욕먹을 각오를 하고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