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원내 제3당인 자민련의 박준규의원이
선출됨에 따라 국회가 다시 파행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이 의장투표에서의 패배를 야당의원들에 대한 여권의 "압력과
회유 공작"에 따른 것으로 규정, 대여 "초강수"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3일 의장선거 직후 열린 총재단회의에서 부의장단 선거 참여를
거부한데 이어 4일로 예정된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특히 조순 총재를 비롯한 총재단과 당3역이 4일 의원총회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기로 결정, 이것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나라당은 지도부 공백상태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대여 협상창구가 없어지는데다 당을 이끌고갈 구심력 부재로 여야
대화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이미 의장선거 결선투표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수인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의원직 사퇴서에 서명하면서 강경투쟁 결의를 다졌다.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내분" 조짐을 내비치고 있어 "내부수리"가 끝나야
국회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일각에서는 "반란군" 일부의 조기 탈당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갈등기류에 오는 31일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경쟁이 맞물려
돌아갈 경우 "분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정치권에 대한 대대적 사정 및 정계개편 바람까지 몰아칠 경우
정국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은 이번 의장선거 승리여세를 몰아 정치권 개혁을 포함한 총체적
국정개혁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한나라당의 강경 투쟁으로 당분간 여야관계는 경색될 것이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장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 경우 여론이 용납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한나라당측이 잘 알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총리와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비롯, 국회법개정, 추경예산안
심의, 민생법안 처리 등 주요 일정이 늦춰질 수 밖에 없다는데 고심하고
있다.

여권이 국회 상임위 배분과 국회법 개정 협상 등에서 한나라당측에 "실리"
를 챙겨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은 가급적 빨리 거야를 국회 안으로 불러
들이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