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내리면 못다니는 지하철이 무슨 지하철입니까"

서울.경기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지하철 1,2호선 운행이 중단되자 터져
나온 시민들의 불만이다.

출근길의 전철불통은 교통대란으로 이어졌다.

1,2호선을 잇는 신설동~성수역 구간에서는 출근길 시민들이 40여분간
전동차에 갖히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태로 신림동 노량진역 등 1호선역 일대는 버스나 택시를 갈아타려는
인파로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평상시보다 1시간 늦게 출근한 샐러리맨들도 많았다.

서울시측은 그러나 이번 사태를 천재로 돌리고 있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 성수~신설동 구간은 새벽에 2백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어쩔수 없다는 식이다.

또 1호선 중단운행을 가져온 서울역과 청량리역의 침수는 저지대로 인근
하수도에서 넘쳐 나온 빗물이 갑자기 흘러들어 침수됐다는 변명이다.

그러면서 지하철불통 1시간여만에 운행을 재개토록 한 발빠른 복구솜씨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시민들도 게릴라식 집중호우로 인한 ''천재''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지하철역 창구에서 항의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운행중단방송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승객들은 서울시의 변명을
이해할 수 없다.

첨단시스템을 자랑하던 7호선은 70mm의 비에 멈춰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하철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다.

크고 작은 기후변화에도 쉽사리 멈춰서는 지하철.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재해예방대책 마련을 아쉬워한다.

김동민 < 사회1부 기자 gmkd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