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제정이 지연되고 정부의 뉴미디어정책이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케이블TV업계의 해묵은 상처들이 곪아터지고 있다.

IMF경제위기로 방송계 여건이 악화되면서 곳곳에서 불거져 나왔던 "갈등"은
생존을 내건 "투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현재 케이블 TV업계가 안고있는 문제는 케이블TV 도입초기부터 지적돼 왔던
사안들이다.

프로그램 공급사(PP) 종합유선방송국(SO) 망사업자(NO)의 3분할 구도,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구 공보처)의 관할부처 이원화, 중계유선방송과의
별도 사업추진 등이 주요내용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시기를 놓치면서 한데 뒤엉켜 사태해결을 한층 힘겹게
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이 누적적자및 채산성악화를 이유로 전송망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자 정보통신부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는 중계유선망을
케이블TV 대체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PP프로그램의 중계유선 직접송출을 허용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중계유선 양성화 움직임에 SO들은 "생존권 말살"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77개 SO대표들은 4일 오후 비상임시총회를 열어 정보통신부 규탄을
결의한 후 광화문 정보통신부 건물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보통신부는 NO를 지정인가한 기관임에도 지도감독
소홀로 전송망사업 중단사태를 불러오더니 이제는 자격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중계유선업자에게 그 지위를 넘겨주려 하고있다"며 "중계유선의 전송망
사업자화"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 역시 지난달 31일 전국케이블TV 사업자 명의로
"정보통신부의 부처 이기주의와 실정법위반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협회는 "중계유선에 대한 PP프로그램 공급허용등 일련의 정보통신부의
방송정책 발표는 정부조직법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협회관계자는 "유선방송관리법상 중계유선은 공중파 재전송 등 12개 채널만
허용돼 있으나 정보통신부의 묵인하에 최고 80개채널까지 불법운영되고
있다"며 "정보통신부장관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소하고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의 탈세자료를 확보해 국세청에 고발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케이블TV문제는 여러 사업자들의 상반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꼬인 실타래
풀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며 사업자들이 "길"을
내다보고 선택할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