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선 양자간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
협정(FTA) 등 국제통상협약을 적극적으로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일 전경련회관에서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 양자간 투자협정 및 자유무역협정의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에서 참석자들은 "미국과의 BIT를 외자유치를 촉진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토론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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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이윤호 < LG경제연구원장 >
오강현 <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실장 >
이계민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배이동 < 전경련 국제담당상무.사회 > ]

<> 사회 =우리가 처한 경제위기와 관련하여 향후 BIT 및 FTA의 활용에
있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 오 실장 =한미간 BIT는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향상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자간 투자협정(MAI)의 타결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투자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외국인 투자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대만과 마찬가지로 어느 지역협정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외통상전략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 이 원장 =한국과 미국이 BIT를 체결한다고 해서 투자가 곧바로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BIT를 맺게되면 최혜국대우를 해야 하는데 MAI가
체결될 경우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서는 우선 무역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상마찰도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 사회 =경제적인 효과 외에도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면을 더 짚어주시지요.

<> 이 위원 =BIT를 왜 우리가 제안했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위기 극복,외국인 투자 촉진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은 됩니다만
과연 협정을 맺는다고 투자가 늘 것이냐는 의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리입니다.

그래서 투자유보분야를 설정하고 과실송금의 보장 정도를 결정하는데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외국인투자가 제한되는 분야는 31개 업종으로 돼있는데 이 가운데
가려서 풀어야 할 겁니다.

IMF다 개방이다 해서 모든 것을 풀어줘서는 안됩니다.

<> 이 원장 =미국과 BIT를 맺느냐 마느냐는 사실 현 시점에서 우리 경제에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IMF의 압력을 받고 있고 어차피 글로벌스탠더드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
이지요.

그러나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한 양보를 했을 경우 이것이
우리에게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 고 박사 =미국의 BIT 모델을 보면 투자의 설립 획득 수행 등의 조건
으로서 가령 일정 비율의 국내부품 구매 사용이나 국내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우대 등과 같은 이행의무를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지요.

이러한 이행요건의 부과금지조항은 다른 BIT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독특한
조항인데 스크린쿼터제가 바로 이러한 조항의 수용과 관련해 문제가 된
것이지요.

참고로 그간 미국은 43건의 BIT를 체결하였는데 그 대상국가를 보면 그
대부분이 저개발국이거나 동유럽 및 구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입니다.

<> 오 실장 =선진국들이 왜 서로 BIT를 맺지 않을까요.

그건 이미 자유화돼 있고 그 제도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BIT 같은 양자간 보호조치가 필요없다는 것이지요.

현재 우리는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급합니다.

외국인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그래서 BIT를 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다만 분쟁해결 절차문제는 투자실행 이전 단계부터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역시 핵심은 세이프가드라고 봅니다.

즉 핫머니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 사회 =주로 미국 얘기를 했는데 장기적으론 개도국과의 협정체결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이 원장 =우리 정부는 다자간 투자규범을 양자간 협정보다 앞세워야
할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다자간 협정은 타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양자간 협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투자할 필요가 있는 국가 즉 사회주의국가와 개도국을 상대로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 오 실장 =지역무역협정관계에 있어 우리의 위치는 세계무역전략 측면
에서 심각한 취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못끼고 있는 점이 그렇지요.

이런 걸 하려면 세계적, 지역별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지요.

우리가 안할려고 한 것 보다는 다른 쪽에서 우릴 끼어주지 않아서 그런
면이 있습니다.

<> 이 위원 =우리는 지역협정의 교섭측면에서 크게 내세울 만한 매력이
적습니다.

우리는 우리쪽에만 유리한 협상을 해야 하다보니 잘 안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어떤 블록을 형성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도하기도 한 APEC을 주축으로 발전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BIT에선 특히 투자유보 분야에 대해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할 겁니다.

덜컥 약속을 해놓고 나중에 이행을 못하게 되면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오히려 크게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 오 실장 =공기업 민영화에서 발전부분을 예로 들면 송.배전 분야는
제외하고 민간에 불하할 계획입니다.

업종 유보는 보기에 따라서는 심각한 것 같지만 잘 준비하면 문제는 없을
겁니다.

<> 이 위원 =한미간투자협정은 결국 미국 투자자의 권익을 보장해 주는 것
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투자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대외협상도 차분히 해 나가야 합니다.

<> 사회 =기업들도 아직까지는 영향이 없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준비
해야할 것이 상당히 많을 텐데요.

<> 오 실장 =양자투자협정이건 자유무역협정이건 우리나라에 중장기적으론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이를 활용해야 것은 바로 기업입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빨리 마치고 국내외적으로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활력을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

<> 이 원장 =미국과의 BIT가 맺어지면 기업들은 미국과 보완 관계를 잘
살펴 우리가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이 위원 =BIT를 미국의 기술과 경영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덧붙여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경영체제와 전문인력 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 고 박사 =무역규범과 마찬가지로 투자규범도 자유화 및 개방의 방향으로
갈 것은 분명합니다.

기업들은 안으로 유수한 외국투자가들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하고 밖으로는
해외투자의 기회를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 정리=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