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상화의 첫단추만 꿴채 다시 공전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국회는 4일 2차 본회의를 열어 부의장을 선출하고 "김종필 총리임명동의안"
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의장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여권의 "공작정치"때문이었다며 대여 강경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국회정상화 등을 위한 모든 협상도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까지로 회기가 잡혀있는 제195회 임시국회는 파행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일단 야당의 분위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협상에
나설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 총무는 "한나라당에 여야 총무회담을 이미 제안했다"며
"그러나 한나라당 하순봉 총무가 사퇴한 만큼 새 총무가 선출되는대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어쨌든 이번 회기중 총리임명동의안의 처리를 위해 야권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여권 핵심부는 일단 오는 15일까지 총리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내부목표를
정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한나라당의 8.31 전당대회가 끝난후에나 국회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경색국면이 정기국회때까지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두달 넘게 국회를 "뇌사"상태로 방치해온 여야로서는 정기국회때까지
또 다시 국회를 공백상태로 둔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특히 한나라당은 스스로 제안했던 자유투표제에서 졌다는 이유로 국회를
거부할 경우 여론의 집중포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의장선출과 함께 양대 현안으로 삼았던 총리임명동의안
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간 물밑접촉이 의외로 활발해지면서 극적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당은 당초 목표했던대로 국회의장과 총리임명동의안 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윈-윈"달성의 댓가로 야당에게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상임위원장 배분 등 녹록치 않은 실리를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자중지란"이 더욱 심화되면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탈당사태가 줄을 잇고 여당이 이들을 영입해 단독으로
원구성을 시도했을 경우다.

이 시나리오는 여야의 경색국면을 더욱 혼미한 상태로 빠뜨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