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중소기업현장] (9) '명퇴'를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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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사장(37)은 요즘 너무 바쁘다.
몸이 열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밀려오는 주문을 받으랴, 대리점 계약을 맺으랴 눈코뜰 새 없다.
김사장이 이렇게 바빠진 건 지난 6월초 식용유 정제기 사업을 새로
시작하면서부터.
밤새워 일해도 호텔 일식집 치킨집 부페 등에서 밀려오는 주문을 다
소화하긴 어려운 형편.
이렇게 바쁜 김사장도 지난 연초까진 불안하기 그지없는 샐러리맨에
불과했다.
수산중공업의 기획실 과장이던 그는 한동안 명퇴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무척이나 망설였다.
지난해 11월 부도를 낸 회사에 더 이상 붙어있기가 어려웠다.
부도가 나면서 퇴직금조차 받을 수 없는 게 마음에 걸렸다.
고심끝에 그는 과감히 "명퇴"를 선택했다.
사표를 던지고 나자 정말 살길이 막막했다.
마포 현대아파트 자기집에 틀어박혀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머리를 쥐어짜며
고심했다.
1주일이 지나자 두통이 왔다.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오다 그는 치킨집에서 나는 튀김기름 냄새를 맡았다.
순간 수산중공업 중장비수출부에 근무할때 영국 런던에 출장가서 본적이
있는 식용유 정제기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 식용유 정제기를 한번 만들어보자"그는 단숨에 집으로 달려가
식용유 정제기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기계공학과를 나와 수산중앙연구소에서 기계설계 업무를 맡은 적이 있는
그였지만 식용유 정제기를 설계하기가 그렇게 쉬운 건 아니었다.
거의 매일밤 정제기 꿈을 꿀 정도로 이 제품의 개발에 몰두했다.
덕분에 불과 20일만에 도면을 완성하고 특허청 민원실을 찾아가 특허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사업화하는덴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퇴직금을 받지 못해 더욱 그랬다.
고심끝에 그는 종로 통인동에 있는 선배회사에 가서 사무실 한 귀퉁이를
좀 빌려달라고 사정했다.
그 선배는 흔쾌히 허락했다.
3평짜리 사무실에 책상하나와 컴퓨터 1대를 놓고 "그린텍"이란 상호를 내건
게 창업준비의 전부였다.
창업을 했으나 이번엔 제품생산이 문제였다.
그는 전 직장에 다닐 때 친하게지냈던 중원시스템을 찾아가 설계도면을
보여주면서 기계를 제작해줄 것을 요청했다.
마침 일감이 많지 않던 중원시스템은 선금을 받지 않은 채 제작을 맡아줬다.
첫제품이 나온 건 지난 6월 10일.
이때부터 그는 카탈로그를 만들어 음식점과 식품업체에 돌리기 시작했다.
10분만에 식용유를 깨끗이 정제할 수 있는데다 식용유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첫제품을 만들어낸지 한달만에 들어온 주문량은 1백30대.
중국 터키 일본 등으로부터도 주문이 들어왔다.
이 제품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영업을 맡겠다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도
했다.
김사장은 두달만에 영업사원 8명과 3개의 대리점을 갖춘 어엿한 중소기업
사장이 됐다.
김사장이 창업을 하는데 들어간 돈은 꼭 1백80만원.
카탈로그 제작비와 책상구입비가 전부였다.
김사장은 요즘 "명퇴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한다.
경기 일산에 있는 중원시스템 공장에서 정제기 필터를 직접 만드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사표를 던지고 나면 결국 묘안이 떠오르죠"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
몸이 열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밀려오는 주문을 받으랴, 대리점 계약을 맺으랴 눈코뜰 새 없다.
김사장이 이렇게 바빠진 건 지난 6월초 식용유 정제기 사업을 새로
시작하면서부터.
밤새워 일해도 호텔 일식집 치킨집 부페 등에서 밀려오는 주문을 다
소화하긴 어려운 형편.
이렇게 바쁜 김사장도 지난 연초까진 불안하기 그지없는 샐러리맨에
불과했다.
수산중공업의 기획실 과장이던 그는 한동안 명퇴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무척이나 망설였다.
지난해 11월 부도를 낸 회사에 더 이상 붙어있기가 어려웠다.
부도가 나면서 퇴직금조차 받을 수 없는 게 마음에 걸렸다.
고심끝에 그는 과감히 "명퇴"를 선택했다.
사표를 던지고 나자 정말 살길이 막막했다.
마포 현대아파트 자기집에 틀어박혀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머리를 쥐어짜며
고심했다.
1주일이 지나자 두통이 왔다.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오다 그는 치킨집에서 나는 튀김기름 냄새를 맡았다.
순간 수산중공업 중장비수출부에 근무할때 영국 런던에 출장가서 본적이
있는 식용유 정제기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 식용유 정제기를 한번 만들어보자"그는 단숨에 집으로 달려가
식용유 정제기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기계공학과를 나와 수산중앙연구소에서 기계설계 업무를 맡은 적이 있는
그였지만 식용유 정제기를 설계하기가 그렇게 쉬운 건 아니었다.
거의 매일밤 정제기 꿈을 꿀 정도로 이 제품의 개발에 몰두했다.
덕분에 불과 20일만에 도면을 완성하고 특허청 민원실을 찾아가 특허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사업화하는덴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퇴직금을 받지 못해 더욱 그랬다.
고심끝에 그는 종로 통인동에 있는 선배회사에 가서 사무실 한 귀퉁이를
좀 빌려달라고 사정했다.
그 선배는 흔쾌히 허락했다.
3평짜리 사무실에 책상하나와 컴퓨터 1대를 놓고 "그린텍"이란 상호를 내건
게 창업준비의 전부였다.
창업을 했으나 이번엔 제품생산이 문제였다.
그는 전 직장에 다닐 때 친하게지냈던 중원시스템을 찾아가 설계도면을
보여주면서 기계를 제작해줄 것을 요청했다.
마침 일감이 많지 않던 중원시스템은 선금을 받지 않은 채 제작을 맡아줬다.
첫제품이 나온 건 지난 6월 10일.
이때부터 그는 카탈로그를 만들어 음식점과 식품업체에 돌리기 시작했다.
10분만에 식용유를 깨끗이 정제할 수 있는데다 식용유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첫제품을 만들어낸지 한달만에 들어온 주문량은 1백30대.
중국 터키 일본 등으로부터도 주문이 들어왔다.
이 제품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영업을 맡겠다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도
했다.
김사장은 두달만에 영업사원 8명과 3개의 대리점을 갖춘 어엿한 중소기업
사장이 됐다.
김사장이 창업을 하는데 들어간 돈은 꼭 1백80만원.
카탈로그 제작비와 책상구입비가 전부였다.
김사장은 요즘 "명퇴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한다.
경기 일산에 있는 중원시스템 공장에서 정제기 필터를 직접 만드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사표를 던지고 나면 결국 묘안이 떠오르죠"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