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은행안에 7개의 은행이 있을 수 있을까.

답은 "예스"다.

포르투갈 BCP은행이 대표적이다.

BCP은행은 고객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7개의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철저한 고객차별화 전략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고객의 성향과 기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다보니 7개의 "은행안 은행"
을 두게 됐다.

물론 다소 극단적인 예이긴 하다.

그렇지만 서비스차별화없이 모든 계층의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국내은행에 비하면 전문화와 차별화가 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
하다.

BCP은행은 민영화 정책에 따라 86년 포르투갈 최초의 민간은행으로 탄생
했다.

설립이후 급성장을 거듭해 94년엔 포르투갈내 5위은행(자산규모)이 됐다.

95년엔 포르투갈내 2위은행인 BPA를 흡수합병, 98년7월현재 자산규모
2위은행에 속한다.

7개 은행이란 구체적으로 <>BCP <>노바레데 <>방코 7 <>프라이빗뱅킹
<>애틀랜티코 <>익스프레스 애틀랜티코 <>CISF 등이다.

마치 국내 의류업체인 신원이 <>베스띠벨리 <>모두스비벤디 <>씨
<>루이레이 등의 브랜드로 영업하고 있는 것과 같다.

BCP 브랜드들은 그 자체가 각각 독립적인 사업부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로고는 물론 CI등이 완전히 다르다.

얼핏 보면 전혀 한 은행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BCP 브랜드는 각기 다른 고객층의 니즈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먼저 BCP는 부유층 개인고객과 중기업 고객만을 상대한다.

전자는 퍼스널뱅커가,후자는 어카운트오피서가 전담한다.

점포는 46개밖에 안된다.

노바레데 은행은 중산층 개인고객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다.

물론 그 이하 고객도 은행문을 드나들수 있지만 우리돈으로 따져 잔액이
1백만원미만이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점포는 약 2백50여개.

그런가하면 프라이빗뱅킹은 아예 간판도 없다.

도심의 민간 저택같은 곳을 점포로 사용한다.

여기는 우리로 치면 재벌회장같은 분들이 대상고객이다.

"방코 7"은 94년에 만들어졌다.

점포는 없고 전화로만 모든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은행이다.

국내의 폰뱅킹과 비슷하다.

그러나 예금신규개설 대출등 모든 은행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회 자금이체 등의 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와 다르다.

타깃은 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 고객들.

바빠서 은행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은행이다.

애틀랜티코는 96년에 흡수합병한 BPA은행 점포를 전면 재개편해 만든
스토어개념의 브랜드다.

은행상품 팜플렛을 물건처럼 진열하는 스토어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하루종일 서서 근무한다.

특정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이 아니므로 아무나 이용할 수 있다.

97년에는 슈퍼마켓내에서 영업하는 익스프레스 애틀랜티코라는 브랜드로
부유층고객 대상 영업을 시작했다.

슈퍼마켓 자체가 부촌에 위치한다는 점을 감안한 영업방법이다.

CISF는 투자은행이다.

BCP는 고객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 효율성강화에도 역점을 뒀다.

BCP는 자회사로 <>보험 <>BII(주택금융상품 전담은행) <>뮤추얼펀드를
갖고 있다.

자회사들은 상품 개발에만 주력한다.

판매는 BCP의 각 브랜드은행들이 맡는다.

물론 개발된 상품에 대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제조업 개념이 은행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고객차별화와 최고 효율성 추구.

BCP는 이를통해 일취월장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