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 냄비처럼 모든 일에 너무도 빨리
반응하고 빨리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국민이라고들 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닌듯 싶다.

작년 환난이 닥쳐왔을때 우리 국민들은 6.25이후의 최대 국란이라 하여
너나 할 것없이 흥분하고 긴장하고 법석을 떨면서 당장 닥쳐올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즉각적이고도 속도감있는 반응들을 보여주었다.

차량운행을 줄인다, 금붙이를 모아 수출한다, 소비지출을 감소한다, 심지어
직장인들이 점심값 아끼기작전까지 펼쳐 식당들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를
정도였으니 이부문 가히 금메달감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채 1년도 안된 지금은 어떤가.

마치 그런 경제위기가 벌써 다 해결이 되고 모든 어려움이 다 극복된 것처럼
그때 느꼈던 위기감은 간데없고 닥쳐올 고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도
서서히 망각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은 과연 냄비식 사고와 행동을 하는 민족인가.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해온 경제활동면만 보더라도 "붐"에 편승해
행동하는 경향이 너무 많았다.

아파트붐 부동산붐 증권붐 각종회원권붐등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리고 했던
현상들.

그것도 남에게 뒤질세라 즉각 반응하다가 얼마안가 바로 식어버리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봐왔다.

어느 정신과의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흔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기억력이 좋든지 판단력이
뛰어나든지 계산능력이 탁월하든지 아니면 지략이 우수한 사람을 지칭하는데
그런것들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이나 여건에 가장 빨리 잘 적응하는 사람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면에서 볼때 우리 민족은 매우 머리가 우수해
어떤 변화에도 반응이 빨리오고 바뀐 상황에 빨리 적응하려는 냄비식 사고와
행동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이론인지 확인할수는 없으나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가 머리가 좋은 국민이고 훌륭한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미래를 멀리
볼수 있는 지혜와 흔들리지 않는 소신위에서 그 좋은 머리를 활용한다면
세계 일등국가가 되는 것도 그리 요원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박세리 선수가 뛰어난 성적을 낼때나 또는 위기에 부딪칠때나 항상 "나의
게임만을 꾸준히 한다"고 한 말을 되새겨야 한다.

강선중 < 크로바프라스틱(주) 사장 SJKangCP@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