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중랑천이 범람위기에 처했던 지난 8일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우성아파트단지내의 자양수퍼.

전날까지만해도 평소와 다름없던 이 수퍼에 이른 아침부터 가정주부들이
몰려들었다.

수퍼에 들어온 이들은 약속이나 한듯 쌀 분유 라면 채소등을 찾았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없이 주부들은 앞다퉈 물건을 바구니에 담아댔다.

소동이 벌어진 지 10분후 생필품 판매대는 텅텅 비었다.

한 아주머니는 "홍수때문에 채소 과일공급이 잘 되지 않을 것같아 미리
사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동네수퍼에도 이같은 현상은 똑같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노원구 상계동 일대의 아파트촌에서도 "사재기"는 목격됐다.

중랑천에서 멀리 떨어진 아파트단지내 수퍼에는 젖먹이용 분유와 양초는
이미 동나있었다.

평소 2~3부대가 팔리던 20kg짜리 쌀도 마찬가지였다.

공릉동 고지대 동네 가게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침수상태가 심각했던 의정부 동두천천시 일대의 사재기는 더욱 심했다.

동네마다 라면이 남아나질 않았다.

의정부시 가능3동 "우리가게"주인은 "언제 다시 침수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민들이 몰려들어 물량이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길이 곳곳에서 막혀 물량공급도 사실상 불가능해져 사재기는 더욱 심해질
것같다는 게 가게주인의 얘기였다.

침수지역이건 그렇지 않은 곳이건 구분없이 나타나는 사재기현상은
홍수보다 더 위험한 모럴해저드가 아닐까.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