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 뿐만 아니라 전 지구촌이 기상재해를 당하고 있다.

홍수와 가뭄 폭염 산불 해일 등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병명은 "엘니뇨 증후군".그

러나 엘니뇨도 인간이 뿜어낸 온실가스가 만들어낸 병이다.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인재"라는 말이다.

지난 82년에 처음 본격적으로 관찰되었던 엘니뇨는 전지구적으로
약 1백30억달러(약15조원)의 재산 손실을 입혔다.

페루는 당시 국민총생산(GNP)의 12%가량을 날렸다.

그러나 이정도는 작년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엘리뇨에 비하면
약과다.

작년의 피해액은 최소한 3백억달러였다(뮌헨 재보험사 추정치).

올들어서는 손해액을 산정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산불 하나만으로 손실액은
3백억달러를 웃돈다.

중국 양쯔(양자)강 대홍수는 천문학적인 피해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다.

이미 중부 유럽과 방글라데시가 수마의 상처로 고통받고 있고 폭염
(미국 남부.유럽) 가뭄(수단.미국 남부) 대형산불(인도네시아 멕시코
이탈리아 미국) 해일(파푸아뉴기니)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측은 올해 환태평양 지역에서만 2백억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가 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놨다.

이 예상치도 중국 홍수이전에 나온 것이어서 실제로는 1천억달러를
웃돌지도 모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한술 더 뜨고 있다.

"엘니뇨 피해를 완전 복구하는데는 실제 피해액보다 몇배의 돈이
더 들어가지만 자연환경을 복구하는데는 돈도 돈이지만 적어도 1백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엘니뇨가 불러일으킨 기상이변은 산업부문별로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농업 분야.

수확량감소로 인한 "식량위기"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농업기구(FAO)는 이상기후와 인구증가,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감소
등의 영향으로 올해 35개국이 식량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드워치연구소는 "이대로 가면 2015년께에는 전세계 8억인구가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북미지역의 밀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조짐이
보이고 남미 등지에서도 곡물파동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미국에서는 이상기후로 파산하는 농가들이 늘면서 농업은행이
부실대출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농업용 기계를 만드는 업종에서는 매출이 줄어들면서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전자산업도 엘니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에어컨업계는 이상고온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은주가 섭씨 25위로 올라가는 날씨가 열흘만 지속되면
1천대이상 더 팔린다는 통계도 나와있다.

다른 가전업체들도 엘니뇨가 몰고 올 이상기온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유통산업은 특히 기후에 민감한 부문.

"경기보다는 마케팅이, 마케팅보다는 날씨가 더 중요하다"는 특성대로
엘니뇨가 가져 올 득실에 발빠르게 대처해나가고 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