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물난리까지 겹쳐 온나라가 혼랍스럽다.

수마의 날카로운 발톱이 남쪽의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서울 및 중부지방을
할퀴었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비가 오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있다.

무심한 하늘이다.

1998년 자체의 역상은 주역의 43번째 괘인 택천쾌이다.

택천쾌괘의 네번째 효가 발동하면(주역 한 괘는 여섯 개의 효로 구성되어
있다) 비를 잔뜩 머금은 하늘에 비유할 수 있는 수천수 괘로 바뀐다(물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으니).

전문적으로 얘기하면 주역 팔괘중 태금(연못)이 감수(홍수)로 바뀐 격이니
연못의 둑이 무너져 큰 물난리를 야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번째 효의 발동은 금기가 강력하게 발동되는 시점인 입추지절과 관련해서
얻었다.

주역괘상과 관련된 해석이었다.

사주명리학에서 가을은 금의 기운으로 대표되며 오행 상생의 정리에서 금은
수를 낳는다고 하였다(금생수).

8월8일 입추부터 9월8일 백로전까지를 사주학 상의 음력 7월로 간주하며,
간지로 표기하면 경신월이 된다.

이때부터 가을이 시작된다.

올해 무인년의 천간 무토가 경신월의 천간 경금을 토생금하고 생을 받은
경금은 다시 금생수한다.

하늘의 이치에서 물을 만든 것이다.

무인년의 지지 인목은 경신월의 지지 신금과 상호 충돌하여(지지는 6글자의
간격을 두고 서로 충돌하는 성질이 있다) 부서지는데, 인자는 나무로서
대한민국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경신월의 지지
신금 도끼에 인목 나무가 금극목 당하는 형국으로 풀이할 수 있다(도끼와
나무가 전쟁을 일으키면 대개 나무가 패한다).

그리고 신금속에는 풍부한 양의 물이 감춰져 있으므로 충돌의 여파로 물이
튀어나와 홍수를 일으킨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옥토가 잠기고 집이 떠내려가는 땅의 변화를 초래했다.

대서에서 입추까지의 토기운이 왕성한 기미(천간토 지지토)월에 토극수
(흘러가는 물이 댐이나 제방에 갇히는 원리) 당하여 꽉 막혔던 물꼬가
입추지절이 가까워지면서 하늘도 땅도 모두 금기운으로만 뭉쳐진 경신
(천간금 지지금)월의 영향을 받아 갑작스런 홍수로 돌변해 버렸다.

금기운의 역량이 커져감에 따라 금의 상생작용을 받는 물도 덩달아 기운을
얻게 된 것이다(강력한 모터로 물을 퍼올리는 형상).

입추가 오기 조금 전부터 시작된 물난리의 정체를 밝혀보았다.

인간의 지혜가 어찌 하늘의 이치를 따르겠는가.

그저 그 이치의 한자락이라도 붙잡아본 것일 뿐이다.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 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