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산업단지에 자리잡은 닭가공업체 대상마니커(공장장
김계근) 공장.

수마가 휩쓸고 지나간 이 공장 마당은 흙탕물에 흠뻑 젖어 쓰레기가 돼버린
책상과 컴퓨터 캐비닛 등 사무기기들로 어지럽다.

공장 뒤편엔 냉동창고에 들어있다 들어찬 물에 젖어 흙범벅이 된 가공닭
수만마리가 쌓여 있다.

소독차가 1만여평 공장 구석구석을 돌며 소독약을 뿌려댄다.

깊게 파인 트럭 바퀴 자국이 마당에 쌓인 뻘의 두께를 가늠케 해준다.

주차장이던 앞 마당엔 바퀴께까지 진흙에 묻힌 승용차가 30여대나 서 있다.

물이 빠지고 비가 그쳐 햇살까지 내려쬐는 9일.

일요일인데도 직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 사무실 바닥과 공장 설비에
덕지덕지 낀 진흙을 씻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복구작업에 들어간 지 사흘째다.

얼핏 공장 안쪽만 봐선 비피해를 입었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하다.

작업용 장화 대부분이 떠내려 가거나 흙속에 묻혀 직원들 대다수가 슬리퍼
차림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첫날 공장안에 들어왔을 땐 기가 딱 막힙디다.

오토바이가 키높이 기계에 걸려있는 것을 봤어야 되는 데."

비닐 덮은 플라스틱 상자에 앉아 바가지에 탄 커피를 국자로 떠 나눠 마시던
직원 장애정(여.49)씨는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첫날(6일) 상황을 이렇게
얘기한다.

그 전날 밤은 더 끔찍했단다.

"홍수가 진 날(5일밤)엔 야간작업을 하고 있었죠.

밤 11시쯤 비가 쏟아붓듯 내리더라구요.

순식간에 장딴지까지 차 올랐어요.

큰일이다싶어 작업중이던 여직원 13명은 대피시키고 남직원 10여명이 남아
공장안을 정리했죠.

서류랑 컴퓨터랑 중요한 것들을 책상위로 올려놓고나니 이미 허리까지 찼죠"

공무과 김종배씨의 말이다.

이날은 직원 2백50여명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나와 복구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의정부와 동두천에 사는 직원들은 자기 집도 물에 잠겨 나오지 못했다.

6일 오후 인근 부대 공병대원 40여명이 잠깐 나와 도와줬을 뿐 누구도
이들의 복구작업을 거드는 사람은 없었다.

겉으론 상당히 정리가 된 공장이지만 속으론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정상 가동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회사측 얘기다.

청결과 위생을 중시하는 식품공장인 데다 거의 완전 자동화 설비라 더
그렇다.

"가동하려면 밤낮으로 일해도 한달 이상은 걸릴겁니다.

전기 계통부터 손보고 급한 라인만 가동시키려 해도 20일은 잡아야 합니다"

김계근(54)공장장의 얘기다.

대상마니커는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회사는 연간 매출액 5백억원정도로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닭고기
가공전문업체다.

이 정도 규모이다 보니 설비 피해만 10억원을 넘는다.

가공중이던 제품손실도 수억원이다.

공장가동이 한달간 차질을 빚을 경우 5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난다고
한다.

"1차적으로는 직원들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나 관계 기관에서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이 회사 임직원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 동두천=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