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8년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백47엔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에따라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 주가와 통화가 일제히 연쇄폭락하는등
국제금융시장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엔화폭락으로 중국 위안(원)화 절하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시아와 개도국들이 제2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지고 있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는 한때 달러당 147.48엔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월16일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할 당시의
146.60엔을 돌파한 것으로 지난 90년 8월20일(1백47.81)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상이 "필요할 경우 선진7개국과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본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부실금융
처리도 진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시장개입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돼 엔화하락세를 돌리지 못했다.

또 홍콩이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어 위안화 방어가 어려우며 러시아
등 개도국의 금융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홍콩 외환시장에는 홍콩달러를 방어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개입했으나 투매양상이 지속됐다.

말레이시아 링기트, 필리핀 페소, 싱가포르달러등 다른 아시아국 통화들과
멕시코 페소등 남미지역 통화들도 달러에 대해 일제히 1-2%씩 하락세를
보였다.

도쿄증시 역시 이날 2백19.43포인트(1.4%)나 떨어지며 7일 연속 하락했고
홍콩증시는 3.6%나 급락해 93년 7월이후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주가도 3%이상 폭락했다.

11일 유럽증시에서도 러시아가 9.1% 하락한 것을 비롯 독일과 프랑스
등이 2~3% 빠졌다.

뉴욕다우지수도 오전한때 2.4%나 빠졌다.

중남미 증시들도 베네주엘라 증시가 10일 4.83% 폭락한 것을 비롯 멕시코
2.95%, 브라질이 1.47%등 급락세를 보였다.

이들 증시는 지난해 연말에 비해 평균 40% 정도 하락한 상태다.

남미시장에 앞서 열린 러시아 주가는 하루만에 9%나 폭락하면서 올들어
무려 70%나 떨어졌다.

그러나 유럽 선진국 통화들은 독일 마르크와 스위스 프랑등이 달러에
대해 강세를 지속하는등 아시아및 개도국 시장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전세계 개도국 전체가 위험한 지경에 처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