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클리닉을 찾아오는 환자들 가운데 30~40%는 의외로 미혼 남성들이다.
중년 남성들의 성기능장애는 그 원인을 찾아보면 대개 알수 있지만 아직
결혼을 안한 미혼 남성들이 이런 문제를 호소할때엔 난감한 경우가 많다.
미혼 남성의 성기능장애는 성신경 불안증에 의한 심리적 원인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32세의 M씨는 어느날 필자의 진료실에 다시 나타났다.
낯익은 얼굴이라 5년전 진료차트를 보니 미혼시절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당시 필자가 1차검사를 해보니 발기능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웬만한
검사를 다해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일단 심인성 발기부전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나서 자신감을 갖고 착한 파트너를 만나 결혼하면 문제가 없겠다며
돌려 보냈던 터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2년전 결혼했지만 성생활이 안돼 6개월만에 아내가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 역시 문제해결이 안됐나보다.
다시 재혼할 의사를 물어보니 "이 상태로는 결혼해도 아내가 또 떠날
것입니다.
저 좀 고쳐주세요"
다시 옛 기록을 조사해보고 병력을 물어보니 정상적인 삽입이 힘들고 곧
시들어버려 정상적인 성생활이 거의 힘들다고 했다.
자위행위에도 단단한 발기가 안된다고 했다.
"역시 혈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군"
인공적으로 발기를 유도하면서 음경해면체 내압측정및 혈관촬영을 했다.
정맥기능을 정확히 보는 정밀검사까지 했다.
이상하게 압력유지가 안돼서 사진을 판정해보니 음경 대정맥으로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성적흥분으로 음경에 몰린 피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이 정맥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는 사람으로 짐작됐다.
5년전엔 미혼자에게 큰 부담을 주기가 뭐해서 까다로운 정밀검사는 피했는데
5년이 지난후 정밀검사해보니 환자 스스로 고칠수 없는 선천성 음경정맥
기형인 것으로 판정된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시간을 끌며 낭비할수 없게 됐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젊은이의 그곳에 칼을 대야 하니 예삿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약물이나 다른 방법으로는 해결이 안될게 뻔했다.
의학적으로 정맥혈관수술을 잘 하면 일시적으로 좋아지지만 재발이 잘돼
완치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최후의 방법으로는 음경보형물삽입술을 한다.
성공적으로 혈관수술을 마쳤다.
M씨는 이제 아픔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꿈으로 부풀어 있다.
<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