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전날에 이어 11일에도 국회정상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기는
했으나 부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15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및 총리임명
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절충의 최대 걸림돌은 총리임명동의안 처리의 순서와 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다.

국민회의 자민련은 당초 합의대로 총리임명동의안을 처리한 뒤 원구성
문제를 매듭짓자는 입장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등이 앞서
처리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임명동의안의 표결방법과 관련, 한나라당은 지난 3월2일 이미 상정된
동의안에 대한 투표가 이뤄졌으므로 임명동의안을 다시 상정해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은 그러나 재상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재투표"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명분을 살리는 선에서 총리인준을 위한 "묘수"를 찾기만 하면
상임위원장단 배분 등 원 구성문제는 상호 절충을 통해 합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양측은 서로를 만족시키는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여야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총무협상을 벌이면서도 장외에서는
서로를 압박하는 작전을 병행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권은 총리인준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의원 영입을 통한 단독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정면돌파 방침을 밝히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임한 마당에 여권에서 사정설과
"의원영입"등을 흘리며 압박할 경우 협상 자체를 재고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이같은 여야의 태도는 협상에서 기선을 빼앗기지 않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공세의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박희태 총무가 "선민생법안처리 후정치현안 처리"라는
카드로 "국회실종 책임"을 여권에 떠 넘기며 총리인준 지연작전을 펴고 있어
여권이 실제로 "정면돌파"작전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의 "지연전술"로 총리인준이 계속 늦춰질 경우 공동정권의 한 축인
자민련의 불만 고조로 여.여 갈등이 불거져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종필 총리서리,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대행, 자민련 박태준
총재와 양당 3역 등은 11일 저녁 긴급회동을 갖고 야당의원 영입 등을 통한
"정면돌파" 방안을 상당히 깊숙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러나 오는 14일까지는 협상을 통한 대야 설득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인준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완충지대를 찾지 못할 경우, 가까스로
조성된 협상국면은 또 다시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 양승현 기자 yangs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