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 배분은 국회공전의 장기화를 풀 수 있는 "뜨거운 감자"다.

여야는 현재 총리인준안 처리를 먼저 하느냐 원구성을 우선하느냐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양상이다.

한치의 양보도 못한다는 형국이지만 가만히 드러다보면 상임위원장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국회상임위는 16개.

의석비율에 따라 한나라당 8석, 국민회의 5석(이중 1석은 국민신당 몫),
자민련 3석 정도의 배분원칙이 잠정적으로 합의돼 있다.

이중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운영을 책임지는 운영위원장, 법무부.검찰 등
핵심 사법기관을 관할하는 법사위원장 등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소위 "노른자위"라는 재경 건교 정보 국방 문화관광 행정자치 등도
여야가 눈독을 들이는 자리다.

한나라당은 총리인준안 처리를 지렛대로 삼아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
협상을 먼저 매듭지으면서 운영 법사 정보위 등을 차지하고자 한다.

국민회의가 이런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초지일관 운영 법사 재경 통일외교 행자 정보 건교위
등은 내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자민련은 공동여당의 위상을 고려해 재경, 건교위 등을 탐내고 있다.

이런 여야간 이견차이는 타협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뤄지는 불가피한
힘겨루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막후접촉으로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권은 운영위원장을 제외한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총리인준안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복안을 세워두고 있다.

원구성을 조기에 이끌어내면서 총리인준안도 처리하는 일괄타결쪽으로
무게를 옮기는 중이다.

특히 자민련측은 한나라당이 총리인준안 처리를 도와주면 그 대가로 자민련
몫의 알짜 상임위를 양보한다는 입장이어서 타결가능성을 더욱 밝게 해준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에 걸맞는 대우만 사전에 보장된다면 미련없이 총리
인준안 처리에 임할 태세다.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힘겨루기를 거쳐 운영위원장을 내주는 대신
법사위원장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여기에 실무적으로 재경 건교 농림해양수산 보건복지 등 예산과 관련이
있거나 지역표 얻기에 유리한 상임위를 챙기자는 "실속론"도 득세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여당은 운영위원장을 차지하는 대신 핵심 상임위 2~3개를
야당에 양보함으로써 지리한 싸움의 해결을 보게 되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