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드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

-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의 경제개발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주장이
국내외적으로 강하게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개발모델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물론 금융위기로 인해 새로운 개발모델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이같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반대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추구하고 있는 개발모델은 지난 수십년간에 걸쳐 성공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그동안 저인플레와 저실업률속에서 고성장을 지속해온 것으로 봤을때
현재의 경제개발모델은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판명났다.

일시적인 외환위기로 그동안의 개발모델이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굳이 새 모델을 개발할 필요없다는 얘기인가.

"대안이라면 "미국식"을 추천하고 싶다.

한국의 노동, 상품, 자본시장 시스템 등이 좀더 미국식으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나 미국식 또한 한국의 기존 기업경영방식과 사회질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섣불리 시도하는 모방은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 있기때문이다"


- 경제개발모델에 대한 논란과 함께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아시아적 가치, 좀더 좁게 말해 한국적 가치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근검절약과 자기희생 그리고 애국심으로 대표되는 한국적 가치는 그동안
한국경제 발전의 밑거름으로 작용해왔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특히 근로자들의 애사심은 기업경영에 커다란 보탬이 돼 왔다"


-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9개월여 지났다.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한국 정부는 그동안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선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다"는
식의 경제정책을 펼쳐왔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한국기업들은 고금리에 시달리다
못해 줄줄이 도산해 엄청난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특히 더하다.

이같은 대규모 기업도산은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더욱 촉진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도산으로 인한 실직자 급증으로 사회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재정적자폭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공공투자를 확대해 내수진작과
실업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최근 고금리.초긴축 정책이 IMF와 합의를 통해 다소 완화돼 경제회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교수는 여러차례에 걸쳐 IMF의 경제개혁프로그램에 신랄한 비판을
가해왔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나.

"외환위기의 원인이 각 나라마다 다른데 치료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이다.

고금리.초긴축이 대표적 예이다.

한국의 경우 인도네시아 등과 달리 만성재정적자에 의해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닌데도 이들 나라와 똑같은 처방책을 내렸다.

혹독한 처방책을 요구하고 만약 이를 어길 경우 구제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해 오히려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내쫓아 위기를
악화시켰다"

< 김수찬 기자 ksch@ >

[ 약력 ]

<>1939년생
<>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미 국가경제연구소(NBER)소장
<>전 레이건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